1년만에 프릳츠 크리스마스 블렌드. 각잡고 드립해서 프릳츠 전용잔에 따라서 한모금 해봤는데 기대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맛이다. 패키지에 다크초콜릿, 블랙베리, 패션푸르츠, 향신료, 단맛이 좋은 커피라고 되어 있는데 이와 비슷한 테이스트 노트는 나와 맞지 않는다는걸 이제 확실히 깨달았다. 산미는 거의 없는 로스팅의 탄맛, 고소함, 은은한 단맛이 느껴지는 딱 전형적인 커피. 여기서 무슨 블랙베리, 패션푸르츠, 단맛을 느끼냐고 하는데 커피 좀 마신다는 사람들이 말하는 향미는 일반인들이 말하는 직관적인 맛과 다르다. 학습과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그들만의 감각과 언어로 치환된 향미 표현인 것이다. 여러가지 커피를 계속 마셔가다보면 유사한 맛이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걸 기준으로 센서리에서 표현하는 것과 하나씩 매칭시키면 어느 정도 감이 온다. 잘한다는 커피 전문점에 도장깨기 하듯 마시러 다니며 테이스팅 노트를 적어갈 때는 뭔가 감이 확 올라오는 듯 했지만 하루에 커피 여러잔을 마시다보니 부작용이 생겨 자제하게 됐고(예전엔 커피마시면 심장이 두근거려서 못마셨는데 이젠 두통이.)그 이후에는 그냥 좋은건 좋고 별로인건 별로구나 하는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어쨌든 적당한 산미의 과일차 같은 커피를 좋아하는 내 취향에는 별로. 산미 없는 커피를 좋아하는 학년부 선생님들께서는 좋아하실 것 같으니 월요일 출근할 때 가져가야겠다. 이제 기대할 건 목요일 오후 네시나 삼문당에서는 크리스마스 블렌드 뿐. 지금까지 아무 공지가 없는 걸 보니 올해는 안만들지도. 시즌 블렌드를 구해 마시는 건 삶의 작은 즐거움 중 하나인데 불경기가 심해지니 그런 이벤트도 점점 줄어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