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림의 분화로 시작된 붕당정치는 서서히 붕괴되다가 숙종의 환국 정치로 인해 완전히 변질되어 일당전제화와 상대당에 대한 사사를 주요 특징으로 하는 당파싸움으로 전락했다. 영정조 시절에 추구한 탕평정치는 완전히 실패해 정조 사후에는 그 말폐현상으로 인해 이어진 안동김씨와 풍양조씨에 의한 세도정치가 시작됐다.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적 접근이라는 중요과제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던 조선은 이리저리 치이다 일제 강점기를 맞이했다.
견제와 균형을 주요 가치로 생각했던 정당 정치는 이제 완전히 무너져 상대당을 완전히 죽여버리고 모든 권력을 장악하려는 일당전제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거기서 한단계 더 나아가 이제 특정 인물만을 위해 법이 해석되고 정치가 움직이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몇년전에는 이 같은 행위를 국정농단이라 했고, 그보다 더 먼 옛날에는 세도 정치라 불렀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미중의 갈등 심화, 트럼프의 재선, 일본의 평화헌법 개정, 격변하는 세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주요 과제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어떤 미래를 맞이할 것인가?
난국을 해결할 역량도 의지도 전혀 없이 그저 상대당을 죽이는 것만이 자신들의 살 길이라는 생각으로 달려가는 정치인들을 보며 실망을 넘어 절망감을 느낀다. 저런 현수막이나 걸며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표현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의정일까? 정치를 함께 해나갈 동료 의원이 아닌 물리쳐야할 적으로 바라볼 때만 할 수 있는 행위다. 그들이 밥먹듯이 걸어제끼고 있는 현수막은 이미 시각 공해나 다름없다. 국민들의 정신 건강 보호를 위해 현수막 금지법이라도 만들어야할 상황이다.
언젠가 인터넷에서 '자본주의의 가장 나쁜 요소만 모아놓은 곳이 한국, 공산주의의 가장 나쁜 요소만 모아놓은 곳이 북한' 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너무나 뼈아픈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