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담임선생님들
천전국민학교
1-7반 강정복 선생님
2-7반 정선아 선생님
3-8반 손정숙 선생님
4-5반 강학진 선생님
5-4반 정창기 선생님
6-6반 윤정학 선생님
진주남중학교
1-12반 최정아 선생님
2-12반 백만석 선생님
3-4 반 김영화 선생님
진주고등학교
1-10반 정창욱 선생님
2-4 반 박인제 선생님
3-1 반 김영수 선생님
국민학교 1, 2학년 담임선생님은 얼굴과 성함 빼곤 떠오르는 게 별로 없다. 3학년 때 담임 손정숙샘은 옆집에 사셨는데 학기 중에 지병으로 돌아가셨다. 칠암성당에 가서 장례미사 참여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4학년 담임 강학진샘은 돌아가신 아버지와 비슷한 이미지가 있어 좋아했었다. 국악지도를 열심히 하셨던 게 기억난다. 내게 세 자릿수 곱셈 문제 풀이를 시키신 적이 있는데 제대로 하지 못해 선생님께 야단을 맞았다. 2학년 때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돌봐줄 사람 없이 방치되어 있던 상태라 공부를 전혀 안 했는데 그날의 부끄러움이 계기가 되어 혼자서 이 악물고 달려들기 시작해 5학년 때는 전 과목 100점을 받는 우등생이 됐다. 그래서인지 5학년 담임 정창기샘은 나를 참 아껴주셨다. 집 앞 칠암곰탕에서 술 한잔하고 나오시는 샘을 우연히 뵀는데 불콰해진 얼굴이 낯설긴 했지만 환히 웃으며 내 어깨를 툭툭 쳐주시던 모습이 따듯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6학년 담임 윤정학샘은 그냥 무서웠다. 장학금을 주겠다는 명분으로 내 음악 기능평가 점수를 깎아 우등상을 못 받게 하셨다. 음악 기능평가 답지를 확인하고 싶다고 얘기했다가 뺨맞았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중학교 시절 첫담임 최정아샘은 무서운 이모 같았다. 성적이 떨어지는 만큼 몽둥이로 허벅지를 때리셨다. 그 작은 체구 어디에서 그런 에너지가 솟아났는지 한 대 맞을 때마다 눈앞에 별이 돌곤 했다. 그래도 냉정한 척하시면서 반 애들 잘 챙겨주셨기에 나는 참 좋아했다. 눈이 잘 안 보여서 필기를 못하고 있으니 안경을 쓰라며 갈구셨지만 판서는 두 배 크기로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2학년 담임 체육과 백만석샘은 동료 선생님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시는 것 같아 반 애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 남자다움과 도전 정신을 강조하셨는데 당시 소극적인 성향을 갖고 있던 나는 체육선생님 특유의 하면 된다 정신이 많이 부담스러웠다. 3학년 담임 김영화샘은 같은 동네 살던 아저씨로 어린 시절 친구였던 철규의 아버지였다. 잘 아는 사람이 담임이 되니 오히려 어색해서 더 움츠려 들었던 것 같다.
고1 때 담임 정창욱샘은 가장 좋아했던 선생님이다. 반에서 키가 가장 크다는 이유로 내게 반장을 시키실 정도로 애들에 대한 편견이 없으셨다. 학기 초 내 적성지능검사 결과를 알려주시며 아이큐가 높으니 열심히만 하면 성공할 거라 격려해 주셨고 그때부터 자신감을 갖고 학업에 매달렸던 것 같다. 2학년 담임 박인제샘은 당시 우리 반 반장이었던 승대와 사이가 나빴고 반 애들 중 억센 애들이 많아 고생을 하셨다. 선생님 특유의 화법-국어 한문 담당이셔서 언어유희를 많이 섞어 쓰심-을 비아냥으로 느낀 애들이 못 견뎌냈다. 나는 그때 한창 김용의 무협시리즈를 탐독하며 한문 과목에 꽂혀있었고 박인제샘의 사랑을 많이 받았기에(장학금도 많이 챙겨주심) 선생님과 애들 사이에서 곤란할 때가 많았다. 반장이었던 승대와 많이 친해서 더 그랬다. 3학년 때 담임선생님 김영수샘은 애들한테 크게 간섭하지 않는 스타일이셨다. 학급에도 별 문제가 안터졌기에 무난한 고3시절을 보냈던 것 같다. 입시에도 간섭을 별로 안 하셔서 문제였지만. 스승의 날에 반 애들이 돈을 모아 삐삐를 사드렸는데 요금을 안 내셔서 두 달 만에 끊겼던 게 기억난다.
백만석, 김영화, 정창욱, 박인제 선생님은 교직에 나와서 다시 만났다. 백만석 선생님은 장학사로 근무하시던 중 출근길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김영화선생님은 남해제일고 근무하던 시절 애들 인솔해 수련원 갔더니 송정수련원 원장으로 근무하고 계셨다. 정창욱 선생님은 수업 연구대회에서 만났고 청출어람이라는 표현을 증명하지 못한채 선생님의 놀라운 연구수업 구성에 패배했다. 이후 고성중앙고에서 함께 근무하며 학창 시절에 배웠던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을 많이 것을 배웠다. 박인제 선생님은 진주고등학교에 근무하던 때 다시 만났고 정년퇴임하시는 순간을 제자로서 지켰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담임 선생님들을 만나 괜찮은 학창 시절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많은 이들이 선생님과 얽힌 불쾌한 기억들을 얘기하지만 내겐 먼 나라의 이야기 같다. 상처를 주신 선생님들도 계시지만 그것 조차도 지나고 보니 아련한 추억이다. 선생 생활한지 21년 차, 내게도 수많은 제자들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개*끼면서 또 누군가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은사이기도 하겠지. 남은 교직생활 동안은 은사로 남진 못해도 복수하고 싶은 개*끼로는 남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해본다. (그러려면 여고를 피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