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무지성 서울행. 통영에서 인삼랜드까지는 쉬지 않고 전력질주해줘야 하는데 이날은 함양에서 휴식. 새벽 일찍 길을 나섰지만 어마어마한 교통체증을 만나 결국 점심 때 되어서야 도착. 어느날은 할만하다 싶다가도 또 어느날은 어마무시하게 힘든 서울까지의 운전. 하기야 운전을 그토록 싫어하던 내가 차몰고 전국을 다 돌아다니고 있다는건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잠실 롯백에서 아이큐박스 제품(이라 쓰고 플레이모빌이라고 읽는다.) 할인한다길래 들렀다. 놀랍게도 이게 이번 서울행의 이유였다. 근데 구입할만한건 별로 없어 눈물을 머금고 발길을 돌렸다.
중요 목적이었던 것이 허탈하게 마무리 되고 나니 잠실에는 괜히왔나 싶었지만 오랜만에 롯데타워를 보니 감회가 새로워 좋았다. 일년전 와이프 수술 때문에 잠실에 머물며 맨날 바라봐야만 했던 곳인데 와이프와 함께 오니 정말 미묘한 기분.
롯데타워몰을 돌아다니다가 점심 좀 먹으려 했더니 모든 식당에 대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작년에 아무렇지도 않게 들러 괜찮은 기분으로 먹고 나왔던 브루클린더버거조인트도 어느새 맛집이 되어버린건지 한시간 가량 대기하다 겨우 먹었다. 패티가 4장들어간 판타스틱4. 맛이 판타스틱하진 않았다.
커피리브레의 커피를 원두로 접해보긴 했지만 있지만 매장에 가서 마셔본건 처음. 경성방직 건물을 업사이클링해서 만든 곳이라 공간은 참 좋았는데 맛은 그리 특별한지 모르겠더라. 주말에는 일회용 컵에 음료가 나간다는데 매장 내에서는 일회용기 못쓴다던 규정은 이제 사라졌나 보다. 아무리 그래도 만원이 넘는 스페셜티 커피를 종이컵에 내주는 것도 뭔가 좀 그랬고.
저녁에는 영등포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없어져야 할 것들이 남아 있고 남아 있어야 할 것들은 없어져 버린 기묘한 풍경을 보았다. 불경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돌아다녔으며 가게마다 대기줄이 길었다. 맥주를 한잔하고 싶었는데 가는 곳마다 만석이라 밀집 지역의 외곽까지 걸어나가 (별로 맘에 들지 않았던) 한 프랜차이즈 닭구이 집에서 생맥주를 한잔했다. 음식은 의외로 맛있었고, 직원들은 친절했고, 나름 즐거웠다.
숙소로 돌아가던 길에 만난 교자집. 사람들이 미어터지고 있었다. 궁금해서 테이크아웃. 그냥 평범하게 맛있었다.
새벽에는 영등포성당에서 미사. 주말에 여행가면 숙소 근처의 성당에 가곤 한다. 올해는 주말 미사를 단 한번도 빼먹지 않았다.
지난 4월 이후 오랜만에 들린 인텔리젠시아 서촌점. 아침에 갔더니 웨이팅 없이 입장 가능했다(웨이팅이 없어진걸까?) 본사 정책으로 드립이 아닌 에어로프레스로 추출 방식이 바꼈는데 뭔가 느낌이 많이 바뀐듯. 요즘 커피 잘하는 곳을 워낙 많이 돌아다녀서 그런건지 인텔리젠시아의 커피가 밍밍하게 느껴져 당황스러웠다.
노벨상 수상으로 난리가 난 한강 작가의 서점 오늘의 책방은 무기한 휴점 상태였다. 목적지였던 그라운드시소 서촌 바로 앞이라 인증샷.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슈타이들 북컬쳐 매직온페이퍼를 감상했다. 슈타이들에서 책한권 내보는건 모든 사진가들의 꿈이 아닌가 싶다. 한국 국적의 작가 중에는 박종우 선생님이 유일(한국 출신으로 넓히면 윤진메 작가까지 두명). 어마어마한 사진집, 화집 등을 보며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 좋았던 전시. 시간이 많았다면 좀 더 오랜 시간을 보내고 왔을텐데.
경복궁에는 가을이 내려 앉았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보고싶은 전시였는데 일요일은 휴관인듯 ㅜ_ㅜ 대고양이시대에 걸맞는 전시. 창밖에서 슬쩍 봤는데 귀여움이 냥냥했다.
계동에 있는 문어문구는 갈때마다 정신줄을 놓게 된다. 이번에도 책 한권 구입.
뮤지엄헤드 전시 흑백논리. 노순택, 권도연, 홍진훤 등 좋아하는 작가님들이 참여한 전시라 꼭 보고 싶었는데 휴관 ㅜ_ㅜ
가구 쇼룸을 겸해 운영하고 있던 카페에서 147만원짜리 소파를 보고 와 비싸다 했는데 0이 하나 더붙어 있었다. 1470만원짜리 소파를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걸까? 우리집 거실에 있는걸 다 팔면 그 정도 돈이 되지 않을까? 미니멀리즘은 그렇게 이뤄지는거구나. 나는 그냥 맥시멀리스트로 잡동산이 속에서 살아야겠다.
통영에서 택배로 받아먹을 정도로 좋아하는 아티장 크로아상 베이커리에서 치아바타를 몽땅 쓸어담아 왔다.
인사동에 자주 가지만 쌈짓길은 정말 오랜만. 이곳도 대고양이시대를 맞이하여 엄청난 굿즈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하지만 돈이 없어 스티커 몇장만 사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숨어있던 사람들이 다 뛰어나온 것처럼 붐비지 않는 곳이 없었던 서울. 차몰고 내려가는 길은 힘들었지만 또 놀러가고 싶다. 서울에서 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겠지만 가끔 놀러가는건 너무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