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마신 위스키가 무엇인지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처음 마신 하이볼은 확실히 떠오른다.
진고 근무 마지막해 고3담임을 같이 했던 선생님들과 오키나와 여행을 갔다가 호텔 인근 패밀리마트에서
사서 마셨던 RTD 산토리 가쿠빈 하이볼 캔 제품이었다.
진저에일이나 토닉워터가 아닌 탄산수 베이스의 하이볼이었기에
한 모금 마셔보고 이게 대체 뭐냐고 괴로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몇 년 뒤 대하이볼 시대를 맞이하게 되면서 나도 그 묘한 맛에 길들여지게 되었지만
대체로 2만 원대에 구할 수 있었던 저렴한 위스키였던 가쿠빈이 4만 원대에 팔리는 희한한 시절이 돼버렸다.
맨 정신에 살 수는 없는 미친 가격이라 단 한 번도 내 돈 주고 구매한 적은 없었는데
롯데마트에서 3만원대에 할인 판매하고 있길래 옛 추억을 떠올리며 한 병 사봤다.
산토리 권장 레시피대로 타서 마셔봐도 다른 하이볼과 뭐가 다른지는 도무지 모르겠다.
하지만 원래 위스키나 하이볼의 맛은 분위기와 기분이 90%이상을 결정짓는 법이기에.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즐기면 된다.
몇 년 전의 대히트했던 모히토처럼 위스키도 하이볼도 유행이 한풀 꺾인 모양새지만
아직까진 이를 대체할 만한 대세 여름 음료는 나타나지 않았으니 병이 바닥을 보일 때까진 열심히 마시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