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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콜라 한잔....

 

 

....이 아니라 몇달 동안 안썼던 만년필들의 묵은 잉크를 세척했다. 

물을 몇번이나 갈아도 계속 배어나오는 청남색 잉크물. 

 

 

만년필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이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한석규가 

편지를 쓰기 위해 만년필을 물에 씻는 장면을 보고 나서 였는데 

자신에게 남은 미련이라는 감정을 씻어 내려는 듯한 그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중요한 서류에 사인을 하거나 의미 있는 글귀를 써내려갈때는 만년필을 활용하곤 했다. 

몽블랑 같은 비싼 제품은 개발에 편자를 다는거랑 마찬가지인 악필이기에 

주로 라미나 로트링 아트펜 같은 저렴한 제품을 사용해왔다. 

만년필의 장점은 특유의 필기감으로 글을 쓰는 재미를 더해주는데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 제일 좋은건 몇달에 한번쯤 굳은 잉크를 세척해낼 때 드는 개운한 느낌이다. 

묵은 잉크가 물에 풀려 퍼져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 구석 구석에 박혀 보통 방법으로는 털어낼 수 없는 감정의 잔여물들이 

녹아서 빠져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오랜만에 세척한 만년필들에 잉크를 채워준다. 

예전에 이로시주쿠(색채우)라는 일본의 잉크를 보며 우리나라에는 왜 이런게 없을까 부러워했는데 

coinlover.tistory.com/search/%EC%83%89%EC%B1%84%EC%9A%B0

모나미에서 그와 유사한 컨셉의 잉크를 출시했다. 종류가 다양했는데 

그 중에서 골라본 두개는 청록빛 공작깃과 지중해의 올리브다. 

 

 

잉크병도 이만하면 예쁘게 잘빠진 것 같다. 

사용하지 않더라도 한병쯤 사서 책상에 놔두고 싶은 디자인이다. 

 

 

따스한 가을 햇살을 받으며 창가에 앉아 시필을 하고 있자니 

눅눅했던 마음이 바싹 마른 수건처럼 뽀송뽀송해지는 것 같아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