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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태극기를 달아야 한다며 부산을 떠는 아들 때문에 신발장에 있는 국기함을 열어 개양했다. 창밖으로 보니 꽤 많은 집들이 태극기 개양에 동참하고 있더라(아마도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있는 집들일 것이다.). 1945년 이후 우리나라의 상황을 복기해보면 진정한 독립을 달성했는지는 미지수다. 벌써 7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 아직도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니까. 수십년간 미뤄놨던 숙제들이 한꺼번에 밀려와 모든 이의 피로가 극에 달해가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태극기를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는 것들이기에 우리 세대에서 어떻게든 끝내야지 하는 다짐을 하며 편두통을 일으키는 이슈들로부터 눈을 돌리지 않으려 노력한다. 

오늘까지 사용해야하는 스타벅스 쿠폰이 있어서 다녀왔다. 제주녹차크림프라퓨치노를 시켰는데 매장에서 마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1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내어줘서 당황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해 종이 빨대를 꽂아주면서 용기는 플라스틱이라면 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매장 내에서는 1회용 용기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포스터까지 붙여놔서 더 황당하더라. 코로나19로 인해 1회용컵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책이 바꼈던 것인가? 

잘 작동되던 아트 오식이가 갑작스레 고장나서 기분이 다운되어 있는데 모교회발 코로나 확진자 뉴스와 더불어 광화문에서 그 교회 목사를 중심으로 수천명이 집회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와 오후 내내 스트레스 지수가 장난이 아니게 치솟았다. 지옥문을 못열어 안달이 난 악마들을 보는 것 같은 느낌. 종교라는 이름의 광기가 이제는 두렵기까지 하다. 맘에 들지 않는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면 타인의 건강과 생명까지 무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직접 보고 있는게 너무 힘들더라. 긴 인류의 역사 속에서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전쟁과 학살이 반복되었던 것이 바로 광증과 몰염치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겠는가? 요즘 살이 좀 붙는 것 같아 저녁을 굶을려고 했는데 받히는 스트레스를 참지 못하고 소고기 미트볼과 라구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를 만들어 모짜렐라 치즈를 있는대로 뿌리고 발뮤다에 돌린후 가족들과 폭풍 흡입을 하고 미친듯이 스핀바이크를 탔다. 아무 생각없이 먹고 운동하니 기분이 좀 나아진 것 같긴 한데 며칠 후부터 열릴 코로나 헬게이트가 걱정되는건 어쩔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