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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어제 오늘 이틀 20200724-25

coinlover 2020. 7. 25. 19:54

 

 

점심으로 컵밥 비슷한 걸 해먹었다. 햇반 위에 달걀프라이, 비엔나소세지구이, 야채참치를 올리고 뿌리기만 하면 무슨 요리든지 고급스러워진다는 파슬리가루로 마무리했다. 채소의 흔적따윈 1도 없는(야채참치니 채소향 정도는 가미됐으려나?) 초저렴 한끼지만 만족도는 식당에서 만원 넘어가는 밥들과 별 차이가 없다. 사실 요즘 맛집들이라는게 진짜 너무 맛있어서 돈을 지불한다기 보다는 사진 찍고 공유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기에 그런 부분을 바라지 않는다면 집에서 간단하게 한끼 먹는게 더 만족스러울때가 많다. 밥 위에 올린 세가지 반찬은 건강과는 백만년쯤 떨어져 있는 것들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무척 좋아했던 것들이다. 그 중에서도 비엔나 소세지는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 쯤 집에서 먹었던 비엔나 간장조림이 너무 맛있어서 그날 이후 내 최애 음식 중 하나로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누나가 1100원을 주며 칠암동 강변맨션에 딸려있던 부식 가게에 가서 비엔나 소세지를 사오라고 했을때 내가 느꼈던 행복이 아직도 선하게 떠오른다. 친구들의 도시락 반찬에서만 구경했던 그 맛나보이던 음식을 집에서 먹다니. 별 기교 없이 볶아준 그 저녁 반찬 맛은 그날 있었던 모든 일들과 상관없이 하루를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요즘은 치즈가 들어가거나 육질이 더 좋은 고급 제품들이 많이 나와있지만 내 기억에 남아 있는건 가장 저렴했던 롯데비엔나 소세지인지라 지금도 그게 제일 맛있게 느껴진다. 칼집을 내거나 문어모양으로 만들지 않은 그냥 식용유 조금 두른 프라이팬에 구워 겉면이 투박하게 터진게 더 좋다. 쌀밥 한숟가락에 비엔나 하나면 더 바랄 것 없는 진수성찬이 된다. 거기에 달걀프라이와 야채참치라면 뭘 더 바라랴.

동네 마트에 잭다니엘 허니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며칠전에 가보니 있어 진열되어 있어 고민없이 집어왔다. 위스키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단맛이 너무 강한 괴음료로 여겨지는 모양이지만 뭐든지 달달한걸 좋아하는 나는 기본형 잭다니엘보다 이걸 더 좋아한다. 온더락으로 그냥 마셔도 좋고 콜라와 섞어서 잭콕을 만들어도 좋은데 이날은 좀더 달달하게 먹고 싶어서 후자를 택했다. 2016년에 다이어트 시작하면서 탄산음료를 끊었고 지금까지도 거의 안먹는 편이지만 잭콕은 그냥 콜라가 아니니까 라며 한잔 정도 마시곤 한다(일반 콜라보다 더 안좋을텐데).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마시는 칵테일 한잔은 팍팍한 일상 속의 단비가 되어주곤 한다. 사실 건강을 위해 탄산을 끊은 건 아니다. 그냥 다이어트를 지속한다는 상징같은 의미일 뿐. 탄산을 끊으면서 맥주가 주음료가 되었으니 그건 또 그것 나름대로 건강을 망치는 테크트리를 탄 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오랜만에 구피 밥을 사러 이마트에 갔다가 주류코너 구경을 했는데 무려 카구아 블랑과 루즈가 들어와 있었다. 몇년전 다원에서 마셔보고 감탄을 했던 그 맥주. 구하기도 힘들었던 그걸 마트 진열대에서 보게 되다니. 가격은 한병에 12000원, 한병 집어올까 하다가 집에서 혼자 먹는 맥주 한병에 그 가격을 주고 산다는게 너무 사치스럽게 느껴져서 사진만 한장 찍어왔다. 저 고가의 맥주는 통영에서 얼마나 팔릴까? 

요즘 스타벅스 갈 일이 별로 없었는데 좋아하는 형이 기프티콘을 보내줘서 모처럼 들렀다. 커피를 못마셔서 한잔은 아메리카노 한잔은 시즌음료인 멜론블렌디드를 시켰는데 그냥 메로나 녹인 맛이었다. 스타벅스 시즌 음료는 벚꽃스무디 이후로 계속 별로인데도 그걸 알면서도 매번 낚이는 나도 참. 그래도 카스테라는 딱 아는 맛 그대로라 좋았다. 재원이형 고마워요. 덕분에 오랜만에 카페놀이 했어요~

토요일 점심은 요즘 인기많다는 비비고 간장버터주먹밥.  딱 냉동 식품에서 나올만한 퀄리티의 맛과 식감이다. 신선한 버터향과는 약간 다른 냄새가 조금 거슬리지만 삼각김밥보다는 보관도 편하고 아침 대용으로 데워먹기도 나을 것 같다. 

집에 타이머되는 선풍기가 없어서 한대 샀다. 원래는 샤오미 무선선풍기를 사려고 했는데 직구가랑 정식수입품 가격차가 너무 많이 나서 포기(직구하면 되지만 요즘은 그런게 귀찮다.). 국산 르젠이라는 제품인데 프라스틱 재질이 조금 싼티가 난다는 것 빼고는 소음도 거의 없고, 리모콘 기능에 앱으로도 컨트롤이 가능해서 좋더라. 디자인도 세련되게 잘빠져서 만족스럽다. 그런데 우리집에 있던 파란색 투명프라스틱 날개를 가진 신일 선풍기, 그 덜덜거리던 녀석이 더 시원했던 것처럼 느껴지는건 왜일까? 

엡손 P800이라는 포토프린트를 사용하고 있다. 가끔 실물 포트폴리오가 필요해지면 직접 출력하려고 구입했었고 실제로 꽤 자주 사용해서 본전은 뽑았다. 프린팅 결과물이 생각보다 좋아서 왠만한 업체에 맡긴 것보다 만족스럽게 사용하고 있지만 잉크값이 부담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간만에 프린트 잉크 전체를 갈았는데 가격이 참.... 사진 찍어 버는 돈은 거의 없는 요즘인데 들어가는 돈은 끝도 없으니 내 삶에서 가장 큰 경제적 구멍이 바로 사진이 아닌가 싶다. 나는 대체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 지속 불가능해보이는 길 위를 계속 걸어가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