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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오늘 하루 20200722

by coinlover 2020. 7. 22.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주문했던 뱃지가 도착했다.  배송비도 없이 한개에 500원에서 1000원 정도의 가격. 재정적으로 힘든 요즘이지만 이 정도의 사치는 괜찮지 싶어 예뻐보이는게 있으면 한두개쯤 결재하곤 한다. 특히나 포토샾 뱃지가 맘에 들어 라이트룸과 프리미어 뱃지도 같이 살걸 하는 후회가 든다. 욕심내지 말고 한달에 한두개 정도만 눈에 들어오는걸로 사야겠다. 뭐든 모으기 시작하면 폭주하는 내 성향을 잘알고 있기에 이런 소소한 즐거움마저도 겁이날 때가 있다. 

학교에서 예상치 못했던 사안이 하나 발생해서 숨쉴틈도 없을정도로 일을 했는데 정신차려보니 점심 시간도 훌쩍지나 3시 무렵이더라. 일이라는게 어찌 처리해야할지 방향만 잡으면 쉽게 해결되는데 처음 해보는 일은 그게 잘 안되니 오래 헤매고 짜증이 날 수 밖에 없는 것. 그래도 요즘은 짬밥에 기대서 최소한의 삽질로 지름길을 찾아가는 방법을 어느 정도 터득한 듯 어떤 일을 맞닥뜨려도 크게 당황하지 않고 화도 내지 않으며 그럭저럭 무리 없이 정리해 내고 있다. 치기 어렸던 어린 시절에는 남에게 물어보는게 그렇게 자존심이 상해서 어떻게든 혼자 알아내려고 용을 썼는데 이제는 적당히 내려놓을 줄 알게되어서인지 남에게 뭘 물어보는걸 꺼리지 않게 되었다. 심적 물적으로 힘든 일이 많은 요즘이라 스스로 많이 위축되어 있어 힘들었는데 정신없이 일을 하다보니 잡생각이 들지 않아 오히려 괜찮았던 하루였다. 물론 집에와서는 또 불필요한 생각과 불만들로 기분이 다운되긴했지만. 

아무래도 나는 남천을 상당히 오래전부터 좋아해온 것 같다. 쌀알같은 저 몽우리들이 너무 예뻐서 보일 때마다 찍으면서도 저게 남천이라는 인식을 잘 못하고 있었다. 내 사진 폴더 안에 의미없는 남천 사진들이 한껏 모여있는걸 보고서야 늦게 자각한 사실이다. 나도 몰랐던 내 취향을 늦게 깨달아가는 것은 꽤 즐거운 경험이다. 어쩌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취향이 변하고 있는 것일지도. 내가 나를 새로이 알아가는 것인지 아니면 어느 순간까지의 내가 서서히 죽어 새로운 내가 낯설게 스스로 바라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집에 이 타일을 깔고 있을때는 앞으로 꽃길만 걷게 되겠지 하는 서툰 희망을 품기도 했는데 삶은 역시 그리 녹록하지 않다. 언제나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발버둥칠 준비를 하고 있어야 곳곳에 놓여있는 구덩이에 빠지지 않고 혹여 빠지더라도 빨리 빠져나올 수 있는 법. 꽃으로 덮여있다고 지반이 탄탄한 것은 아니다. 

 

오늘은 술을 마시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다가도 너무 열심히 일해서 피곤하니까 한잔 정도는 괜찮다는 핑계를 대며 결국 마트에서 4개에 만원 수입맥주를 사오고 말았다. 에델바이스 피치라는 신제품이 있어 마셔봤는데 최악의 선택이었다. 복숭아향 밀맥주라니, 복숭아도 밀맥주도 너무 좋아하는 것들이지만 두개가 함께 존재하는 이 제품 맛은 총체적 난국을 보여주었다. 이 시국에 삿포로 잔에 따라 마셔서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저녁에 음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면 반드시 운동을 하는 편인데 오늘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오늘은 몸의 건강보다 마음의 휴식이 더 간절한 날이기 때문이다. 사각거리는 이불 속에 들어가 눈을 감으면 모든 것이 정위치로 돌아간 아침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매일같이 어긋하는 기대지만 지금의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사치이므로 쉽게 포기하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