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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오늘 하루 20200723

coinlover 2020. 7. 23. 21:39

 

 

 이렇게 긴 장마를 맞이한게 얼마만일까? 기억도 나지 않는다. 사실 작년까지는 장마라고 해봐야 비 조금 내리고 쨍쨍한 날들의 연속이라 우리나라의 기후 자체가 바껴버린 줄 알았다. 하지만 올해의 장마는 자신의 건재함을 이렇게 과시하고 있다. 내가 알던 세상이 하나씩 바뀌고 사라지는 것이 아쉬웠는데 장마가 그답게 남아주는 것 같아 은근히 반가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고로 비가 계속 오는건 나쁘지 않은데 요즘 푹 빠져 있는 드론 촬영을 하지 못해 슬슬 안달이 난다.   다음주까지 내내 비가 예정되어 있던데 이 애타는 마음을 어찌 진정시켜야할지 모르겠다.  
차를 처음 샀을 때는 일부러 비내리는 날 차안에 앉아 음악도 듣고 음료수도 마시고 했던 것 같은데 많은 사람들이 지상 최고의 카페라 말하는 비내리는 차안의 낭만을 순수하게 즐기기에는 몸과 마음의 나이가 너무 들어버린 듯 하다. 지금은 단순히 쉼을 찾아 도피하는 곳일뿐. 고성중앙고에서 3학년 부장을 할때 비내리는 날은 혼자 학교 인근으로 차를 몰고가 빗소리를 한참동안 듣고 앉아있기도 했다.  최근에는 차안에 앉아서 비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었던 적이 별로 없다. 비를 바라보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일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오늘은 갑자기 예전 생각이 나서 수업이 비는 시간에 차안에 앉아 한시간 동안 빗방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부장만 되면 이러고 싶어지는건 이 보직이 그만큼 내게 맞지 않기 때문이겠지. 

일우사진상 수상 후 월간사진에서 인터뷰와 사진을 싣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코로나 시국이라 인터뷰 한번 하러 서울가기도 애매해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꽤 많은 질문에 대해 시간을 들여 정성껏 답을 했다. 일우사진상에 제출했던 신작 사진도 보내달라고 해서 10장 정도를 보내줬는데 지면의 한계 때문인건지 인터뷰 내용도 거의 실리지 않았고 사진도 예전 삼선쓰레빠블루스의 흑백 위주로 실려서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사진 잡지는 기자와 편집자들의 의도에 맞게 만들어지는 것이니 내가 생각했던 형식으로 소개되지 않는다고 해서 불만을 가질 필요는 없겠지. 어쨌든 꽤 오랜만의 사진 잡지 나들이는 그냥 소소했던 것으로. 신작 사진을 사람들에게 내 보이는 것은 연말에 나올 책을 통해서 이뤄지는게 이상적이니까 그때까지 좀 더 숨겨두는 걸로. 

저녁으로 먹은 냉동피자 풀무원 골드크러스트 베이컨파이브치즈. 요즘 애정하는 제품으로 벌써 4번 정도 먹은 것 같다. 말랑말랑한 도우에 치즈도 나쁘지 않은데다가 골드크러스트 부분에 들어간 고구마무스도 달작지근한게 딱 내취향이다. 꿀을 찍어 먹으니 왠만한 곳의 고르곤졸라피자보나 나은 것 같다. 워낙에 천한 미각이라 이것과 피자헛 등에서 파는 하이엔드 피자들의 차이점을 찾기가 힘들더라.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는 노브랜드 숯불데리야끼 닭꼬치. 이것 또한 투다리 같은 왠만한 선술집에서 파는 딹꼬치들에 비해 절대 떨어지지 않는 퀄리티를 보여준다. 집에서 간단하게 맥주 한잔 하고 싶을 때 이만한 안주도 없을 듯. 유전자 변형 옥수수를 포함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성분표의 문구는 꽤 거슬리지만. 

오늘 발견한 보석같은 맥주 예거 자몽 라들러. 어제 4캔을 만원주고 사올때 섞여 들어온 녀석인데 의외로 상큼한 자몽맛이 폭발해줘서 매우 만족스럽게 먹었다. 포도향, 복숭아향 맥주는 실패에 가까웠고 역시 맥주에 어울리는건 자몽같이 상큼한 느낌의 과일인 것 같다. 사실 맥주보다는 자몽탄산음료에 가깝지만(알콜 2.5%) 정통 맥주 마니아가 아닌 나는 약간의 알콜이 가미된 맛있는 음료를 사랑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