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소록 소록 내려서
초록빛이 선연하게 살아난다.
봄의 여린잎이 보여주는 부드러운 녹음은
어떤 풍경도 사랑스럽게 만들어버리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너무 흔하게 널러있어 눈길도 주지 않았던 흰철쭉 또한
녹색팔레트 위에서 도드라지게 피어나고 있었다.
가랑비가 내려앉은 흰철쭉 꽃술의 청초함에 집중한건 올해가 처음이라고 기억하리라.
마트에 갔더니 수박이 나와있어 반가운 마음에 한통 들고 왔다.
아직은 가격도 비싸도 당도도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그래도 올해 첫 수박이다.
'여름이 다가오니까 수박이죠.'
라고 말하는 진진이를 보니
이제 계절감을 느끼는 사람이 되어가나 싶었다.
한입 베어문 수박 안에서 흘러나온 흐뭇함이 내 가슴 한켠을 촉촉하게 만들어준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