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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by day

하루동안 짧은 서울행

coinlover 2020. 3. 4. 08:41

 

코로나19로 움직이기가 부담스러운 시기지만 서울에 가야할 일이 생겨 다녀왔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게 부담스러워 차를 몰고 갖다올까도 생각해봤지만

혼자 차몰고 가다가 졸음운전으로 황천갈 가능성이 더 높을 것 같아 버스를 예매했다.

근데 놀랍게도 버스에 나빼고 아무도 없었다....

덕분에 정말 쾌적하게 다녀오긴 했다만 기분이 씁쓸했다.

언론이 빚어낸 과도한 불안감에 사람들의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 나부터도 그러하니.)

 

그래도 밥은 먹어야겠기에 고터에 도착해 식당을 물색하다가

장어덥밥집을 발견하고 들어갔다. 지금 같은 시기에는 몸을 보양해서 면역력을 키워야지 하는 얄팍한 생각으로.

가게 내부에는 손님이 나 밖에 없었다. 가게 사장님은 코로나 때문에 손님이 없다고 말씀하시며 음식을 내왔다.

그런데 먹어보니 그런 이유가 아닌 것 같았다. 2만원짜리 덮밥 맛이 1만원짜리 분식집에서 먹는 것 보다 못했다.

가격이 가격이니 만큼 히츠마부시 전문점의 퀄리티를 기대한건 아니지만 마른 쥐포에 소스 뿌린듯한 장어와

간이 전혀 맞지 않았던 조림류, 그리고 샘플 사진의 퀄리티 좋은 회 사진과 달리 달리

연어회 부스러기(이 표현이 정확하다.) 몇개를 먹다가 화가났다.

음식맛이 아니라 이 모든게 대통령 때문이라고 이야기하는 사장님 때문에.  

이 가격에 이 퀄리티라면 어차피 오래가지 못했을 것 같은데.

기분 전환을 위해 고터 신세계백화점 지하에 있는 빙수맛집 팥꽃나무집에 갔다.

그런데 이곳도 예전만큼의 퀄리티가 나오지 않았다. 우유빙수의 질감이 고왔던 예전과 달리

덩어리로 뭉쳐있었고 팥도 알알이 뭉개지지 않고 형태가 유지됐던 기억 속의 그것이 아니라.

조금 오래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손님이 많이 오지 않는 시기라 재료 소진이 늦어져서 그럴테지 하고 이해는 했지만

믿고 찾아갔던 맛집조차 기대에 미치지 못하니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오던 길.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터라 기분 전환을 위해 당분 보충을 해야겠다 싶었는데

마침 새로 생긴 타이거슈가 버블티가 보였다.

대만 최고의 흑당버블티라고 해서 예전부터 한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잘됐다 생각하며

사먹었지만....

다른 흑당버블티와 차이점은 전혀 모르겠더라. 대만가서 먹으면 좀 다르려나.

 

하루 왕복 일정의 힘들었던 서울행.

심리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부담이 많았는데 먹은 음식마저 실망스러우니

기분이 바닥을 쳤다.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계속 우울해지는건 나만의 일은 아닐터.

미궁 속을 걷는 듯한 이 봄이 빨리 지나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