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혹은 위스키라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를 이름 발렌타인.
회식 할때 부장님들이 한번씩 챙겨와 가끔 맛보곤 했던 발렌타인 17년산, 21년산은
내게도 가장 일반적인 양주의 대명사였다.
(발렌타인 30년산이나 죠니워커블루를 가져오시는 분들은
술자리에서 영웅 대접을 받았다 ㅋㅋㅋ)
요즘에야 블렌디드 위스키보다는 싱글몰트가 유행인 관계로
발렌타인보다는 글렌피딕이나 맥캘란 글렌리벳 같은 브랜드들이 더 각광받고 있는 모양이지만
아직도 어르신들에게는 절대적인 인지도를 가진 양주가 아닌가 한다.
트렌드가 싱글몰트로 치우쳐 감에 따라 발렌타인에서도 대응을 고심한 결과
세개의 싱글몰트 위스키를 출시했는데
그게 바로 발렌타인 싱글몰트 글렌버기, 밀턴더프, 글렌토커스였다.
각각의 제품은 발렌타인의 증류소 이름을 따온만큼 그곳에서 생산되는 싱글몰트 위스키다.
(싱글몰트 위스키에 글렌이라는 단어가 많이 붙는 이유는 금주령으로인해 술생산이
어려워졌던 시기 계곡근처에 증류소를 많이 만들어서 라고 한다. 글렌이 계곡이라는 뜻이라나 뭐라나)
그동안 맛봤던 발렌타인의 블렌디드 위스키들은 이 증류소들에서 나온 몰트 위스키들을
적절히 혼합하여 가장 이상적인 맛을 구현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세 증류소의 몰트 중 발렌타인 위스키의 키몰트가 되는 것이 글렌버기라고 들었고
그래서 발렌타인 싱글몰트 제품 중에서 제일 먼저 맛보고 싶었던 것도 글렌버기였다.
개봉해서 첫잔을 마시자 마자 들었던 생각은 아 발렌타인이구나였다.
그동안 마셨던 발렌타인 위스키의 향과 맛이 이것으로부터 비롯되었구나하는게
확실히 느껴졌달까.
부드운 바닐라 향과 달콤한 풍미가 정말 좋았다.
17년산보다는 확실히 나은 것 같고
21년산보다 더 부드러운 느낌.
스트레이트로 향과 맛을 음미하며 몇잔을 즐긴 뒤
온더락으로 마시니 원래도 부드러운 맛이 더 순해져 목에 걸린다는
느낌이 전혀 없이 몸 속으로 흘러내렸다.
맥캘란이나 글렌피딕도 좋았지만 미각이 천한 나에게는
역시나 발렌타인인듯 ㅋㅋㅋ
밀턴더프와 글렌토커스도 어떻게든 맛을 봐야겠다는 욕망이 샘솟는다.
위스키의 황금빛 자태는 언제봐도 가슴이 설레인다 ㅜ_ㅜ
문제는 돈일뿐.
제대로된 위스키 잔이 없어 파이렉스에 담아 마셨지만 그래도 충분히 분위기 있는 한잔이었다.
그래도 역시 위스키 잔은 제대로 구비해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