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림 이마트 인근에 생긴 오마카세 스시 전문점 스시작.
생긴지 6개월이 되었다는데 사실 있는줄도 모르고 살았다.
사장님도 홍보에 큰 뜻이 없으신듯 하고(오마카세 전문점이라 사람이 너무 몰려도 문제인듯.)
아무래도 통영 지역의 물가 개념으로는 비싼 가격
(점심은 4만원, 저녁은 4.5-5만원, 점심은 예약필수, 저녁도 예약을 권장)으로 인해
대중적인 맛집으로 인식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도산 공원의 한 오마카세 스시 전문점에서 1인에 20만원이 넘는 계산서를 받아본 적이 있는 나는
이 서비스에 이 가격이 말도 안되게 저렴하다는걸 알고 있지만
캐주얼 스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비싸다고 생각될 수 밖에 없다.
요즘에야 스시집과 일식집이 조금씩 구분되고 있는 모양이다만
아직도 엄청난 곁들임 안주의 향연 속에 서빙되는 초밥에 익숙한 우리들이므로.
(5만원이면 통영에서 제일 비싸다는 일식집의 코스 1인 가격 정도는 되니까.)
내부 인테리어는 매우 깔끔하다. 다찌좌석이 7개고 동시에 소화해낼 수 있는 인원 수도 7명인 듯 했다.
테이블이 있지만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지 완전 고급 오마카세 전문점이라면 보이지 않을 부분이
오픈되어 있기는 했지만 혼자 운영하는 곳임을 생각하면 동선 때문에 어쩔 수 없었겠구나 싶기도 했다.
어떤 블로그의 포스팅을 보니 대머리인 사장님의 얼굴에서 맛집 포스가 느껴져서 들어갔다고 하던데
확실히 그런 느낌이 난다.
통영 출신의 젊은 오너 셰프님. 도산공원의 스시집에서 수련을 하셨고 사케소믈리에 자격증을 가지고 계셨다.
식사 내내 대화 상대가 되어 주셔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건강검진 결과 관리 해야할 부분이 생겨서
당분간 술은 안녕이다.
오늘 스시작에 간 이유는 최후의 만찬ㅜ_ㅜ.
시국이 시국이라 사케를 마시기는 그렇고해서 에딩거를 한병시켰다.
사장님이 사케소믈리에이신지라 합리적인 가격의 사케들을 추천해주신다고 하니
언젠가 경색된 한일관계가 풀리면 한번 경험해보고 싶기도 하다.
큰 특징은 없었던 샐러드
놀래미, 방어 등살, 방어뱃살이었던가?
부위 설명은 항상 들어도 까먹곤 한다. 그렇다고 메모를 하면서 먹고 있으면
대단한 맛집 블로거 온줄 알고 부담스러울테고 ㅋ
이걸 내주시면서 스시집은 타이밍이라고 말씀하시던 사장님.
어쩌다보면 재료가 많이 몰리는 날이 있는데 그런 날 평소에 안나가던 것들이
서비스 된다고 한다. 마침 이날이 그랬다고.
지인분이 가져다 주셨다는 양식 참돔.
나는 자연산과 양식을 잘 구분하지 못하므로 말씀해주시지 않았다면 그냥 모르고 먹었을 듯.
초밥들에는 간장이 발려져 나온다. 서울에서 경험했던 것과 비슷했다.
돔으로만든 초밥을 내주시며 지인이 알려주신 초밥 예쁘게 찍는 법을 알려주신다.
초밥에 있는 무늬결을 살리며 찍어야 잘나온다고^^
본격적으로 음식사진을 찍은 건 아니지만
(사실 음식 사진을 제대로 찍으려면 심도를 확보하기 위해 조리개를 조아야 하고 야간인 경우는
조명도 활용해야한다. 내가 찍는 음식 사진들은 다녀온 증거를 남기기 위한 인증샷 정도에 불과.)
여러식당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는데 사장님으로부터 사진 찍는법에 대한 조언을 들은건 처음이라 재밌었다.
(사장님의 지인분은 매우 작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고 하시던데
사실 음식사진에는 작은 크기의 똑딱이 카메라가 더 적당할때가 많다.
이미지 센서의 크기가 작아 심도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
가리비 초밥.
식사중에 나온 식재료들이 서울의 고급 식당들이 비해 우월하지만 가리비는 조금 모자란다고 하셨던 것 같다.
그래도 내 입에는 충분했다.
위의 두 초밥들은 재료가 무엇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중간에 내주셨던 초거대굴이 들어있는 아카미소 장국.
다른 분들은 좋아하시겠지만 나는 굴을 싫어하므로 거대한 것이 심히 부담스러웠다 ㅋ
유자 껍질을 갈아 올린 모찌. 너무 부드러워 깜짝 놀랐다.
전복초밥
전복의 크기가 좀 아쉽다고 말씀하셨는데
이 또한 내 기준에서는 차고 넘쳤다.
굴튀김과 우유버섯 크로켓.
연어 등살과 연어뱃살이라고 하시던데
솔직히 나는 구분이 잘 안되더라.
원래 연어는 구성에 안넣는데 통영오니 찾는 분이 있어서 포함시키셨다고 한다.
참치 시리즈. 참치는 언제 먹어도 진리.
기름지고 고소한 맛이 정말 최고였던.
생참치 아까미를 내주셨는데 정말 좋았다.
새콤한 밥에 참돔구이를 올리고 소스를 뿌려 오차즈케와 비슷한 느낌으로 먹었던 어떤 음식.
이름이 뭔지는 모르겠는데 참 좋더라.
초 거대 마끼
만드실때 재료 들어가는거 보고 저게 말리는게 맞나 싶을 정도였던.
한입 가득찰 정도로 컸다.
부드러운 식감의 장어.
식감이 카스테라와 비슷했던 교꾸.
모밀 장국의 간도 너무 좋았고 면의 식감이 일반적인 일식집 코스에서 나오는 모밀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후식으로 나온 티라미수. 그냥 평범한 티라미수.
먹을 때는 몰랐는데 포스팅하려고 사진 정리하니 엄청나게 먹은 것 같다.
5만원 내의 가격으로 맞추기 위해 고심이 대단히 많았을 것 같은데
가격의 제한 없이 식자재를 풀었을때 어떤 음식들을 맛볼 수 있을지 너무 궁금하다.
이 정도 초밥 오마카세를 이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가게가 통영에 생긴 것만으로도
대단히 즐거운 일.
손님들이 꾸준히 찾아주어 통영 미식계의 한축으로 남게되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