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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인 관계로 뭔가 특별한 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통영에 있는 왠만한 식당은 한번씩 들러봐서 내가 안가본 곳이 어디 있을까 고민해보니 

 

너무 비싸보여 엄두를 못냈던 야소주반이 생각났다. 

 

예약제 식당이며 1인분에 5만원, 4인 이상만 예약 가능. 

 

그런고로 최소 20만원 이상의 식사비용이 필요한 곳. 

 

1인 5만원은 부담스럽지 않을 수도 있는데 이곳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4인 파티를 구성해야 하는 것이 난관이었다. 

 

그래서 내게 이 곳은 다가가지 못할 던젼과도 같은 느낌으로 남아 있었다. 

 

난 온라인 게임도 솔플만 하기에. 

 

어쨌든 생일이고 축하 받을 날이었으므로 가족들을 이용해(?) 어찌 어찌 입성할 수 있었다. 

 

 

글램 306이라는 펜션과 함께 운영되는 곳이고 

 

주인분이 건축가라는 정보를 들었는데  

 

역시나 세련된 가정집 같은 내부 인테리어가 참 좋았다. 

 

소품들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감각있게 채워져 있었고

 

(저 불두는 집에 챙겨오고 싶었다.).

 

집 외부에 유리창을 붙여 만든 공간 같은 곳이 식당이었는데 

 

에어컨을 틀어놨지만 늦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이라 

 

해가 들어오니 온실 효과로 인해 좀 더웠다. 

정갈하게 세팅된 식기들

 

 

나올 요리들이 정리 되어 있다. 이때는 몰랐다. 양이 그렇게 많을지.

 

에피타이저 격인 과일 샐러드.

 

달콤하다가 매콤하다가 새콤하다가..... 정신없이 맛이 바뀌는 묘한 샐러드. 개인적으로는 참 좋았다.

 

무화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렇게 먹으니 괜찮았다. 

 

 

문어 전복 타파스와 리코타 치즈.

 

문어도 전복도 평소에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데 간이 딱 좋아 정말 맛있게 먹었다. 

 

직접 만들었을 리코타 치즈가 압권이었다.  

 

 

내가 그동안 먹은 치아바타는 제대로 된 맛을 못냈던 걸까?

 

텁텁한 빵맛을 상상했는데 샤인머스켓과 크림 치즈, 그리고 촉촉한 치아바타가 더해지니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촉촉하고 과하지 않게 달콤한 맛이 펼쳐졌다.

 

 

고동 세비체. 

 

고동을 정말 싫어하는 나라서 이 음식은 그다지 즐겁지 않았다. 

 

바질 향이 강해 비린맛은 없었지만 그 고동 특유의 물컹 물컹한 식감을 싫어하는지라. 

 

사실 이 음식을 먹을때쯤 배가 미친듯이 불렀다 ㅜ_ㅜ

 

이 집의 단점이자 장점이라고 볼 수 있을텐데 양이 너무 많다 ㅜ_ㅜ

 

껍질을 살짝 데친 참돔회. 

 

군소 한접시와 상급의 와사비가 같이 나온다. 

 

횟집에서 먹던 회와는 다른 식감. 

 

어찌보면 탱글탱글함이 조금 부족하고 

 

어찌보면 더 부드럽다고도 볼 수 있을 묘한 느낌. 

 

 

쥬키니 호박 차돌 파스타. 

 

감태가루를 뿌린 오일파스타 느낌의 음식. 

 

배가 터질 것 같은 상태에서도 넘어가는 걸 보니 

 

단품으로 먹었으면 꽤 맛있다고 느꼈을 것 같다. 

 

이때쯤 이미 미각이 마비되고 있었던 것 같다.

 

통영산 장어구이.

 

장어 내장 볶음이 같이 나온다. 

 

구운 정도도 딱 좋았고 장어살도 매우 실하다. 

 

 

 

 

버섯우엉밥. 

 

꼬들밥도 된밥도 아닌 딱 중간지점의 완벽했던 식감.  

 

양념장에 비벼먹으면 혼자 한솥 다먹을 수 있었을텐데 이미 배가 불러서 ㅜ_ㅜ 

 

참돔 지리. 

 

소금만으로 간을 했다고 하시는데 무척 깔끔했다. 

 

횟집에서 먹던 지리 특유의 기름진 맛이 없었던 가볍고 개운한 맛. 

 

반찬으로 나온 김치들. 

 

참 정갈하게 담아 내셨다. 

 

후식으로 나온 

 

막걸리 식초. 

 

시큼하고 달콤하고 시원한 맛. 

 

술마시는 느낌이라 술술 잘 넘어간다. 

 

 

 

편안하고 멋진 가정집에 초대받아서 

 

주인이 한껏 솜씨를 부린 음식을 대접 받는 기분으로 즐기고 왔다. 

 

식사 마치고 나올때는 문앞까지 배웅해주시는 친절함에 감동했다. 

 

가격이 꽤 비싸기에 자주 오지는 못하겠지만

 

통영에 귀한 손님이 오실때는 미리 예약해서 모시고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년전 미륵산에서 찍은 야소골 다락논 사진. 

 

물대는 논이 저렇게 많지 않아서 이제는 찍을 수 없다고 한다. 

 

이 사진 찍고 있을때는 10년 후 야소골에서 이런 식사를 하고 있을 줄은 몰랐지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