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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어진 진주 성남극장의 사진.

 

한때는 교회였다가, 또 한시절은 극장으로 사용되다가 이제는 공원 조성을 위한 공간으로 비어있는 곳.

 

이 사진은 성남극장의 사진을 남겨놔야겠다는 대단한 의무감으로 찍은 것이 아니라

 

45mm F2.8 PC렌즈를 사고 며칠이 지났던 토요일

 

퇴근하고 집까지 걸어오면서 렌즈 테스트겸 찍은 사진이다.

 

대단한 목적을 가지고 찍은 사진이 아니지만 지나고 보니 하나의 역사 기록이 되어 있다.

 

진주시의 역사 뿐만 아니라 나 개인의 역사도 같이 남아 있는 것이다.

 

고2때 성당 고등부 애들이랑 인디펜던스데이를 보러갔던 흐렸던 여름날. 

 

고3때 홍래, 기택이랑 접속이란 영화를 보러갔던 2학기 중간고사 기간의 오후 그 시간대의 빛 등

 

사진을 통해 자동 재생되는 지나가 버린 시간이 그 속에 있다.

 

사진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한 사람, 혹은 한 집단이 기간을 정해 한지역을 기록해놓은 것 보다는

 

여러 개인이 우연히 남겨놓은 흔적들을 모아 가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아카이빙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지역을 아카이빙 한다는 것은 단순히 모습을 남겨둔다는 것이 아니라

 

그 속을 살아갔던 사람들의 기억과 그 속에 숨은 감정들을 담아 두는 것이므로.

 

이러한 사진들, 혹은 기록들, 휘발성이 높아 오래 보존되지 않을 시대의 편린들을

 

효율적으로 모아놓을 방법은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