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에 내 작품 지속되는 과도기가 별빛스크리닝으로 선보여질때는
모종의 사정으로 가보지 못했는데
그후 멀게만 느껴졌던 전주를 우리집 앞마당처럼 드나들게 되면서
이 사진제를 매년 감상하러 왔었다.
올해는 심신이 피곤하여 그냥 넘어갈까도 했는데
토요일 아침, 어딘가로 달리고 싶어 나갔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이곳이었다.
전주하면 떠오르는 한옥마을이 아니라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다가 요즘 들어 핫해진
서학동예술촌을 중심으로 다양한 전시가 이뤄지고 있어
예년보다 걸으면서 보는 재미가 더 확충되었다.
(그러나 갑자기 너무 더워져 전시 관람을 위한 체력과 집중력이 심각하게
저하되어버리는 바람에 꼼꼼하게 돌아보지는 못했다.)
서학동예술촌 초입에 전시되어 있었던 아이즈 온 메인 스트리트 윌슨 아웃도어 페스티벌 참여 사진들.
다른 작가들의 이름이야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윌리엄 클라인을 모를 수는 없겠지.
가장 보편적인 형태의 잘찍은 사진, 사람들의 시선을 멈추게 할만한 스트리트 포토들이라
사진 애호가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의 관심도 환기시킬 수 있을 듯 했다.
서학아트스페이스에서 진행되고 있었던 몸과 정체성이라는 제목의 전시.
가장 오랜 시간 멈춰서 있었던 사진은 미국을 중심으로 활동한다는 이준용 사진가의 데칼코마니 작품.
개인적으로는 몸으로 만들어낸 그로테스크한 형태에서 인지를 넘어선 어떤 것에 대한 본능적인 공포감을 느꼈다.
가장 본격적인 느낌의 전시,
전통적인 의미에서 가장 격식을 갖춘 전시라는 생각이 들었던
구본창 작가의 초기 사진들.
서학아트스페이스 바로 옆건물인 아트갤러리 전주는 꼭 들리시길 바란다.
브레송이 그랬던가
우리가 찍고 있는 사진은 모두 케르테츠가 먼저 찍었던 것이라고.
한국 사진가들이 찍고 있는 것의 원형은
이미 유학시절, 그리고 귀국 직후의 구본창이 찍었던 것이라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장 1층에는 구본창 작가의 탈춤 작품들도 전시되고 있는데
분명 이 작품들은 인터넷으로 보던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굳이 전시장에서 볼 필요가 없는 사진과 꼭 전시장에서 만나야할 사진의 차이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오랜만에 들린 서학동 사진관에서는 임안나 작가의 Show up 전시가 이뤄지고 있었는데
실제의 무기들을 흑백으로 찍었던 작업과 미니어처로 제작한 작업들의 병치가
전시 구성의 묘를 느끼게 해주었다.
티모먼트 카페에서 진행되고 있었던 전시.
참여형 전시로 이뤄지고 있었는데 특히 애들이 무척이나 즐겁게 보고 있었던게 인상 깊었다.
5년 전쯤에 작업하다 그만뒀던 사진과 너무 유사해서 놀랐고
역시나 사람의 생각이란 통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 느낀 순간이었다.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소양은 단순한 아이디어의 발산이 아니라
그것을 작품으로 완결시켜내는데 있다는 점을 고쳐 생각해본다.
전주향교에서 이뤄지고 있었던 시간의 겹 전시.
역시나 전주국제사진제의 꽃은 향교에서의 전시다.
야외전시의 백미를 보여주는 곳.
물론 전시가 마지막을 향해가면서 전시된 작품들이 훼손된 것을
곳곳에서 볼 수 있어 마음이 불편했지만
녹음과 한옥의 고풍스러움이 너무 멋지게 어우러지는 전주향교에서
사진을 본다는 것은 더할나위 없는 즐거움을 준다.
갑작스런 폭염으로 컨디션이 저하되어
전체 전시를 꼼꼼하게 돌아보고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애정하는 김한 형의 요청으로 간략한 전시 리뷰를 남겨본다.
사진을 좋아하는 모든 이들에게 잠시간의 즐거움이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