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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의 기억이 대단히 선명하게 남아 있는 몇몇 순간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북경장 중식 냉면과 어머니에 얽힌 것이다

 

국민학교 2학년때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특별한 생활 방편이 없었던 어머니는 몇년간 삼성생명 보험설계사를 하셨다.

 

사회생활 경험이 없어 낯선 일들이 힘들기만 했을텐데

 

그와중에도 집에서 대충 대충 끼니를 떼우는 우리 형제가 신경쓰이셨는지

 

가끔 밖으로 불러 외식을 시켜주셨다.  

 

그 장소는 항상 진주 시내에 있는 북경장,

 

우리가 시킨 메뉴는 변함없이 짜장면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께서 짜장면이 아닌 중식냉면을 시키셨다.

 

항상 같은 것만 먹였던게 미안해서 해산물과 고기와 야채가 듬뿍들어간

 

중식 냉면으로 오랜만에 영양 보충을 시켜주려고 하셨던 것이다. 

 

하지만 촌스럽기 그지 없었던 우리 형제는 이상한 음식이라고 먹기 싫다며

 

짜장면을 시켜 달라고 떼를 썼다.

 

결국 비싸게 시킨 중식 냉면은 어머니가 드시고 우리는 또 짜장면을 먹었다.

 

그때 어머니가 화를 참 많이 내셨던게 도무지 이해가 안됐는데

 

어른이 되고 나서 돌아보니 이제야 알 것 같다.

 

없는 돈에 큰 맘 먹고 비싼걸 시켜줬더니 그걸 못먹는 아들들을 보며

 

얼마나 복잡한 마음이셨을까.

 

나는 요즘도 여름날 진주에 갈 일이 있으면 항상

 

이 중식냉면을 시켜먹는다.

 

다른 부분에서 내가 가진 취향도 마찬가지겠지만  

 

미각의 취향 역시 추억에서 기인하는 바가 많은 것 같다.

 

어제 저녁 나는 그냥 중식냉면 한그릇을 먹은게 아니라

 

어린날의 씁스름한 추억을 목으로 넘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