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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mentary thought/As coinlover

김밥과 사진

coinlover 2014. 7. 27. 16:12

 

 

모처럼 김밥을 말았다.

 

한때 깁밥집 아들이었기에 내가 김밥 맛은 좀 낼 줄 안다.

 

(학교 샘들께도 몇번 대접했는데 반응이 참 좋았다. 나중에 은퇴하면 김밥집을 하나 차려야겠다.

 

와이프 말로는 고봉민 김밥보다 맛있다고 ㅋㅋ)

 

김밥천국이라든가 고봉민 김밥이라든가 하는 체인점 김밥 뿐만 아니라

 

마트에서 파는 화려한 비주얼의 김밥도 맛이 참 없다.

 

그 김밥들이 왜 맛이 없는지 분석해보니 재료를 화려하게 넣다가

 

밥과 재료의 비율이 깨져 있어서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깁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밥이다. 밥과 재료의 비율을 적절하게 맞추는 것이 맛을 좌우한다.

 

고슬고슬하게 잘 지어진 밥이라면 굳이 촛물을 이용해 간을 맞출 필요도 없다.

 

참기름 조금 넣고 잘 저어주기만 하면 된다.

 

안에 들어가는 재료도 화려할 필요가 전혀없다.

 

기본재료인 햄, 어묵, 계란 지단, 단무지, 오이, 당근 정도면 충분하다.

 

밥을 폭신할 정도로 김밥김 전체에 펴 바르고 가운데 위의 소들을 가지런히 놓은 뒤 말기만하면 끝이다.

 

이렇게 말아진 김밥은 밥의 폭신한 식감 속에서 각 소들이 가진 적당한 짠맛 및 신맛이 아삭함과 어우러지면서 최상의 맛을 낸다.

 

 

사진도 이와 마찬가지다.

 

괜스레 어렵게 이런 저런 것들을 많이 가미할 필요가 없다.

 

기본이 되는 사진의 본질적인 것, 그것에 집중해야 사진으로서의 맛을 살릴 수가 있다.

 

괜히 화려한 스킬을 사용할 필요도 없고 사진안에 여러 장치를 배치해놓을 필요도 없다.

 

담백하게 있는 그대로의 어떤 것을 바라보고 바라보고, 또 바라보다가

 

그것이 보여주는 어떤 것이 느껴질 때 가볍게 셔터를 누르면 된다.

 

단순함 속에서 이갑철 작가님이 말씀하신 모호함과 긴장감을 살릴 수 있다면,

 

자신의 마음이 동하는 순간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이 사진의 전부를 말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