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기분 나쁜 사진가 집단을 만났다.
내가 좋아하는 분의 초기 작품(가게에 들리는 분들을 위해 컴퓨터에 돌려놓은 슬라이드쇼 사진들)을 보면서
풍경사진이라고 폄하하는 모습에 왠지 모르게 욱할 수 밖에 없더라.
'나는 저런 사진 죽어도 못찍을거야. 아침에 못일어나니까 ㅋㅋㅋ'
'맞아요. 우린 게을러서 저런 사진 죽어도 못찍을거예요 ㅋㅋㅋㅋ'
'그렇죠? 예전에 00님 사진 가지고오셔서 볼 때가 생각나요'
'그때 충격을 많이 받았지. 풍경이 사진이라고 생각했거든ㅋㅋㅋㅋ'
'사진 저렇게 찍으면 안되는거야ㅋㅋㅋㅋ'
농담으로 하는 얘기처럼 희희덕 거리고 있었지만
말투에서 자기들은 다른 사진을 찍는다는 자부심이 철철 넘쳐나고 있었다.
게다가 한 여성분은 사진 슬라이드 쇼를 다보고 나서
박수까지 치면서 자 우리 사진찍느라 고생하신 00님을 위해 박수를 칩시다 ㅋㅋㅋ
라는 비꼼의 멘트까지....
저 사진들이 단순히 아침 일찍 일어나서 찍으면 나오는 사진일것 같습니까?
왜 저렇게 찍으면 안되죠?라고 물으니
참 저돌적인 친구로구만 하는 답이 돌아오더라.
나 역시 풍경사진이나 찍는 한심한 사진가 그룹(그들 기준에서)으로 분류했는지 나보고 어떤 사진 좋아하고 어떤 사진 찍느냐고 묻길래.
풍경이니 스냅이니 그런 구분이 의미가 있나요 라고 대답하고 있으니
대답은 듣지도 않고 딴짓 ㅋㅋㅋ
참 대단한 사진집단 나셨다.
갑자기 몇년전 서울에서 사진 배우는 아줌마들이 내려왔을 때가 생각났다.
사진의 기초도 없는 아줌마들께서 현대사진을 배우고 계셔서인지
거제의 유명한 절경에 모시고 갔더니 그 아름다운 곳에서 셔터도 누르지 않더라.
'우리는 사진 시작을 참 잘해서 다행이예요. 아니었으면 우리도 이런 곳에서 예쁘다고
사진찍고 있을거 아니예요 ㅋㅋㅋ'
'맞아요. 예쁜 사진 찍는게 사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참 다행이예요.'
놀랍게도 이게 셔터스피드와 조리개 값도 자기 뜻대로 못다루던 아줌마들이 주고 받은 대화다.
내가 그래서 소위 남들과 다른 사진 찍는다고 자부하고 다니는 사람들을 싫어한다.
지적허영심에 가득찬 사람들....
맨날 입으로 벤야민, 수잔손택, 롤랑바르트를 말하지만
정작 그 사람들이 말한 내용은 이해도 못하는 사람들.
인문학이란 그저 자기 사진을 포장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벤야민, 손택, 바르트의 이름을 수사적 표현으로 사용하는 입만 산 사람들.
전문작가보다 더 전문작가 같으신 분들.
내가 볼 땐 이미 당신들 스타일도 사협공모전 스타일과 다를바가 없을 정도로 전락해버렸어.
새로운 사진이라고 부르는 그 똑같은 스타일로 말이지.
박평종 선생님이 사진가들의 우울한 전성시대에서
말한 사진가들을 우울하게 만드는 아마츄어 사진가들이 바로 당신들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