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하루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아버지의 손에 들린 소소한 비닐 봉지가 눈길을 끈다.
가족들이 먹을 군것질거리? 아니면 힘든 하루를 잊고 잠을 청하기 위한 소주 한병일까?
야자 마치고 돌아가던 저녁에 만난 이 풍경은 나를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 이끌었다.
어릴적 학교 선생님이셨던 아버지는 오토바이를 타고 출퇴근을 하셨다.
아버지의 오토바이 콘솔 박스 안에는 항상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우리를 위한 간식, 만화영화 비디오 테잎이 담겨있었더랬다.
그에 길들여진 우리는 항상 아버지가 들어오시면 아버지의 얼굴보다는 손을 먼저 바라보곤 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홀로 보험회사를 다니며 가계를 꾸려가시게 되었다.
낯선 회사 생활에 힘드시기만 했던 어머니를 더 힘들게 했던건
어머니가 돌아오실 때 항상 어머니의 손만 바라보고 있는 듯한 우리들이었다고
철이 든 이후에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때 얼마나 가슴이 아파왔던지.....
어린 시절의 철없음과 갑자기 가장이 된 어머니의 막막함이 버무려져서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를 쳤었다.
그때의 그 먹먹한 감정이 이 풍경을 보며 되살아나
상당히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가끔 의외의 풍경이 가슴 속에 숨어 있던 감상을 깨워내는 경우가 있다.
롤랑바르트는 이러한.... 가슴을 찌르는 듯한 느낌을 푼크툼이라고 명했다.
가로등 빛에 기대 찍은 어느 가장의 뒷모습이 내게는 바로 푼크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