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다보면 사람 중에도, 물건 중에도
지나고나면 기억에 꼭 남는.... 다시 만나고 싶은 존재들이 있다.
D4를 들이기 위해 아무 망설임없이 팔아버렸던 D3x는 내게
최고의 카메라였고 지나고 나서도 내내 그리운 녀석이기도 하다.
2450만 화소의 플래그쉽 카메라 D3x는 등장했던 당시 35mm 판형의
DSLR을 기준으로 하면 최고화소, 최고 디테일 묘사력을 보여주는 괴물 카메라였다.
카메라 가격도 출시가를 기준으로 1천만원에 육박했으니
당시 꿈의 카메라라고 불릴만한 존재였다.
이 카메라를 우연히 손에 넣게 된 후 찍었던 사진들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랐다.
미숙하기만 했던 내 손에서도 최고의 이미지들을 뽑아주었다는 걸
이 녀석을 보내고 나서 예전 사진들을 돌아보며 느끼게 되었다.
나는 이 카메라에 걸맞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진을 찍고
얼마나 많은 책을 읽었으며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던가.....
D3x는 단순한 카메라가 아니라 내가 사진가로 거듭나는데 큰 도움을 준 스승같은 존재였다.
단순 스펙만으로 비교하는 사람들은
D800의 등장으로 D3x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한다.
보급형 풀프레임바디로 등장한 D600의 화소수도 D3x와 필적하는 이 상황에서
이 무식하게 비싼 카메라가 설 곳은 더 좁아지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D3x와 D800E를 다 사용해본 결과 다시 고를 기회를 준다고 했을때 내가 선택할 카메라는 D3x다
D3x와 D800E을 일년씩 써본 경험에 비춰본다면
D800E의 이미지는 사람을 압도하는 바가 있지만
D3x가 주었던 묘한 느낌을 전해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요즘 사람들이 올리는 리뷰를 보면 객관적으로 해상력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기능이 얼마만큼 유용한지만을 따지는데
내가 보는 관점은 그것들과는 좀 다르다.
사진은 객관적인 수치로 도식화되지 않으며
비록 디지털화되었다고 하더라도 사진을 찍어내는 도구 또한
객관적 스펙만으로 말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다.
그리움의 흔적을 추억이라고 부른다.
그동안 정말 많은 카메라를 사용해왔지만
내게 추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카메라를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주저하지 않고 D3x를 선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