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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mentary thought/As coinlover

不如雪

 

 

 

눈같지 않기

 

고등학교 3학년 때 결심했던 것 같다.

 

내릴 때는 너무 아름답고 사람의 눈을 끄는 것이 눈이지만

 

내리고 나서는 그 무엇보다 질척거리고 더러운 모양이 되어버리는 것이 눈이다.

 

눈은 세상의 더러움을 일순간 순백의 아름다움으로 덮어주지만

 

그것은 근본적인 모순의 해결이 아니기에 결국 더한 더러움과 곤란을 사람들에게 선물해준다.

 

하지만 사람들은 뒤에 올 곤란은 잊은채 눈의 아름다움에만 현혹되곤 한다.

 

그리고 큰 곤란을 겪고 나서도 눈의 무서움을 잊은채 또 일년 뒤에는 눈이 내리길 기대한다.

 

 

不如雪, 한문도 잘모르던 시절에 한문문법에 맞는지 안맞는지도 모르게 지었던 나의 좌우명.

 

눈처럼 살지 않기.... 내가 사는 대한민국이 눈같지 않기를 바라며....

 

사람들이 눈 앞의 아름다움보다는 뒤에 올 어려움을 먼저 고려할 수 있기를 바라며

 

나 또한 나 자신을 다시 한번 돌아봐야겠다.

 

그러고 보면 돌아가신 아버지가 써놓으셨던 先憂後樂이라는 글도 결국

 

내 좌우명과 맞는 말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