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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about

20110129 서울 with D7000

coinlover 2011. 1. 31. 02:25
2011년 1월 29일 날씨가 아주 무진장 춥던 날.

누군가는 일본 여행을 떠나시고

누군가는 서울로 바쁜 걸음을 재촉했던 그런날.

귀찮아서 미적미적하다가 학교도 잠시 들렀다가

10시 30분쯤 차를 타니 2시 20분 쯤 서울에 도착.

곽군과 김판사는 이미 마중을 나와 있는데

100mm 이상은 걸어서 이동할 수 없는 럭셔리 서티라노 선생께서는

차를 몰고 느즈막히 도착해주셨다.

아침부터 굶었던 터라 김판사의 음덕에 힘입어 무려 한우 불고기 버거를 하사받아 처묵처묵했는데

서티라노 선생께서 밥 안먹었다고 맛집으로 안내한다며 해맑은 웃음을 보여주셨다.


서티라노 선생의 해맑은 웃음. 해맑 해맑......


몇 십분인가를 달려 도착한 곳은 용산 어딘가의 허름한 건물. 육칼이라고 해서 고기 사주나 했더니 겨우(?) 육개장 이셨다는 ㅡ_ㅡ;;;;

근데 서티라노 선생은 정말 맛있는 집이라며 또 해맑은 웃음을....


뭐 메뉴 구성은 이랬다. 아 안찍힌게 있는데 육개장에 칼국수 사리를 풀어서 먹는다고 해서 육칼이라고 하더라.

이미 한우불고기 버거를 먹은 후라 입맛이 별로 없었던 데다가 워낙 매운 음식에 취약한지라 이걸 맛으로 먹었는지 서티라노 선생에 대한 분노로 먹었는지.....

아... 객관적으로 판단하면 충분히 맛있는 집이었다. 나름 유명하기도 하다고....

참 이상하기도 한 것이.... 곽군과 서티라노, 김판사는 같이 서울 살면서

내가 안올라오면 만나지를 않는다 ㅡ_ㅡ;;; 뭐 다들 사는게 바빠서 그렇다치고 다른 문제는

또 내가 서울에 올라왔다고 해서 특별한 걸 하는 것도 아니라는거다 ㅡ_ㅡ;;;

그냥 진주에서 놀때처럼 논다. 전에 내가 서티라노 선생에게 그런 불만을 토로한 적이 있어서인지

이번 서울행에서는 이래 저래 가보자는 곳이 좀 되더라 ㅋㅋ

어쨌든 그래서 가보게 된 국립중앙박물관.

이전 건물에는 가봤는데 이쪽으로 옮기고 나서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다.

유명 사진 사이트에 여기서 찍은 사진이 자주 올라오길래 한번은 와봐야지 하고 생각은 했지만....

(그것도 참 웃긴게 역사선생이 전시된 유물에는 별 관심이 없고 사진찍을 생각만 한다........... ㅡㅅㅡ;;;;;)


모르는 여자와 김판사와 서티라노.jpg

건물 구조가 사진찍기에 너무 좋게 되어 있어 사진 찍으러 맘 먹고 오면 작품사진 여럿 건지고 갈 장소인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작품 사진 찍으러 간 것이 아니었으므로.....


왜 D3S를 안가지고 올라간 것일까. 왜 내 손에는 D7000이 있었던 것일까...

뭐 서울 올라갈 마음은 부탁받은 D7000의 테스트에 주력하자는 거였는데

막상 와서 찍다보니까 D3S가 쵸큼 그리웠다. ㅠ_ㅠ

렌즈들이 전부 풀프레임용의 단렌즈들이라 초광각이라 할만한 사진을 찍어낼 수가 없었던게 너무 아쉬웠던 순간....

15mm 어안렌즈도 그냥 광각 렌즈가 되어버릴 뿐.... 이 천정 사진을 찍을 때 D3s였다면 완벽한 원형을 찍어내지 않았겠는가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더라.



사진으로만 봐왔던 국립중앙박물관을 직접 걸어다니니 참 기분이.... 서울에 자주 와도 여길 올 생각은 왜 안했었는지.

그냥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참 재밌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런데 세금쓰는건 좀 안아까운거 같다. 디자인 서울이니 뭐니 해서 이상한 거 하지말고 이런 문화공간이나 제대로 만들어주면 좋겠다.


삼각대만 있었어도 재밌는 사진을 찍을 수 있었을텐데....

마음의 눈으로는 사진의 황금율이 보이는데 여건상 찍어낼 수가 없어서 많이 아쉬웠더랬다.


석비의 귀부와 이수 부분 문양들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한다. 완벽한 조형미라는 것은 이런 것을 두고 말하는 것.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가장 많이 찍는 컨셉의 사진.

여기 건물 설계한 사람이 참 대단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건축설계를 넘어 건축가의 마음이 전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중앙박물관에서 찍은 사진 중 가장 맘에 드는 사진

저녁 노을에 로비의 대리석이 물들고 사람들의 그림자가 선명해졌다.

빛과 군중이 만들어내는 순간의 아름다움에 한동안 멍하니 시선을 뺏기고 있었다.

중앙박물관 3층에 있는 사유라는 이름의 찻집에서 노닥노닥

박물관 와서 정작 유물구경은 별로 하지 않고 사진 찍고 차만 마시다 가다니....

다음에는 혼자와서 차분하게 둘러봐야겠다. 


이번에 사법연수원 수료한 김판사. 2년동안 시험치느라 고생이 많았네~
 

곽군도 험난한 서울생활하느라 고생했어~
 

찻집에서 바라보던 바깥 풍경. 서울은 뭐니 뭐니해도 아파트 아니겠어? ㅋㅋ


그렇게 노닥거리다 보니 어느새 저녁. 어둠이 내린 중앙박물관을 뒤로하고

티라노선생의 집이 있는 낙성대로 이동했다.


배도 부르고 해서 그냥 바로 술 마시자는 얘기에 티라노선생이 데려간 양고기집 로양

오오... 뭔가 비쥬얼이 연변 현지틱하다. 몇년전 중국 갔을 때 양꼬지 구이와 칭따오 맥주로 연명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의 느낌이 물씬 풍기더라능 ㅋㅋ 아 그리웠던 시절이여~


내가 중국은 별로 안좋아하는데 이놈의 칭따오 맥주는 좋아라 한다.

이마트에서 일부러 사다마시기도 했는데 좀 비싸서 잊고 살다가 서울와서 다시 만나게 됐네. 

독일의 교주만 점령 때 전해진 맥주기술로 만들어진 칭따오 맥주 ㅋ 하이네켄과 비슷하다고 최면 걸고 마시면 된다.
 
 

곽군과 김판사와 내가 칭따오 맥주를 마시고 있을 때 현지인 포스를 자랑하는 서티라노 군은 고량주를 글라스에 따라

정말 현지인스럽게 드시더라는..... 홍콩 영화에 대역가명으로 등장하실거 같은 우리 서티라노

술도 별로 안마셨는데 2차에서 두시간 동안 푹 자주시는 바람에 자리가 일찍 파했다.(새벽두시)

심야버스타고 내려가려했는데 워낙 춥고 힘이 들어 그냥 서티라노 집에서 1박.

술마실때는 퍼질러 자던 녀석이 자러 들어오니까 눈이 말똥말똥해가지고 잠안온다고 난리.

심지어는 다음날 일어나니 새벽부터 와우질하고 있었다는 후문.


술마신 다음날 해장을 무엇으로 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잠시간의 고민을 거쳐 결정된 곳은 40년 전통의 을밀대 냉면.

이게 또 서울의 유명 맛집 중 하나란다.

내가 올라간 날의 서울은 그나마 덜 춥긴 했다는데

(인터넷 검색해보니 48년만의 추위였다던가 ㅜ_ㅜ)

그 추웠던 날 냉면은 원래 겨울에 먹는 거라며 정통 평양식 랭면을 먹으러 가주는 센스.


나는 물냉면을 시켜주셨더랬다. 매운걸 싫어하는 관계로 비빔냉면은 절대 먹지 않는다.
 
뭔가 대단한 냉면을 기대했던(사실 진주 얼치기 냉면의 비쥬얼에 적응되면 이런 평범한 냉면은 안중에도 안들...)

나는 을밀대 냉면의 단아한(?) 차림새에 적잖이 실망을 했다.

그리고 냉면 그릇을 들고 육수를 들이켰던 그순간
 
나는 그 실망이 기우는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ㅡ_ㅡ;;;;

아 그 심심한 육수맛이여....

그때 들려오는 서티라노의 해설

맛이 심심해서 호불호가 극명히 갈린다는....

그런데를 왜 데려와 ㅡ_ㅡ;

냉면을 먹는 내내 진성 서박사 칡냉면이 애타게 그리웠다.

(아 뭐. 그렇게 맛없다는 소리는 아니예요. 먹을만 해요.

다만 전에도 말했듯이 근기지방의 맛집이라는 곳들은

확실히 과대평가 된 곳이 많더라구요.

지방의 맛집들에 비하면 뭐. 가격이나 맛이나)




냉면을 먹고 영화 조선명탐정을 보기위해 이동한 곳은 타임스퀘어.

건물 예쁘다고 사진찍으러 많이가는 곳인데 또 이렇게 가보는구나 싶었다.

확실히 돈이 많이 들어간 건물이라 그런지 구경할게 많더라.
 
명민본좌의 폭풍 연기력에 말린 빈약한 스토리의 한국영화를 감상하고 나서

늦은 점심을 먹으러 홍대로 이동했다.

사실은 홍대에 있는 오벤또에서 도시락을 먹는것이 이번 서울행의 가장 큰 목적이었는데

오벤또는 일요일에 쉰다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를 놓치고 있었던건........ ㅠ_ㅠ

서티라노가 그리 가기 싫다던 오벤또, 나는 느무느무 가고 싶었던 오벤또....


다음을 기약하며 눈에 들어오는대로 들어간 곳은 파쿠모리라는 일본카레 전문점.

일본 카레왕의 집이라는 묘한 문구에 끌려 들어갔더랬다.


그럴싸한 비쥬얼의 치킨카레와 야채덮밥........

그러나 이집 역시 비쥬얼 따로 맛따로 였으니....

역시 서민 미각인 나는 오뚜기 바몬드 카레나 해먹어야...... ㅠ_ㅠ

그렇게 이번 서울행의 맛집 기행은 처절한 실패로 막을 내리고 있었다.


밥을 먹고 홍대 북새통에 갔다. 만화전문서적이라는데

이제 나의 덕력도 끝을 보이고 있는 것인지 그 수많은 만화책 앞에서도

덤덤한 이 심정.... 아.... 청춘의 봄은 그렇게 끝나는구나.


그나마 쵸큼 가지고 싶었던 인체 데생 모형. 근육과 명암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놔서

그림그리는 사람에게 유용하겠구나 싶었다.

근데 가격이 21만원~ 안녕~ 한때의 내사랑 ㅠ_ㅠ
 
불과 몇달전이었다면 아~ 싸네 하며 질렀을....

그러나 나는 이제 결혼하기로 맘먹은 남자니까 ㅠ_ㅠ


그렇게 이틀동안의 길고도 짧은 서울여행이 끝났다.

돌아오던 길의 강변북로에는 노을이 멋지게 물들고 있었다.

아.... 이번에는 63빌딩 가보려고 했는데..... 이사진을 보니 갑자기 생각이 나는구나.

 이렇게 되면 또 다음을 기약할 수 밖에.

진주와는 완전 다른 기온의 서울 공화국

엄동설한, 삭풍이 몰아치는 그곳에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서울 시민들에게 찬사를 보내며

서울 여행기 끝.

See you next time~


이틀동안 함께했던 곽군의 R-d1s 곽군~ 대체 그 많은 사진들은 어디로 간거야~ 블로그에 좀 올려 구경하게 ㅋㅋ

 

지난 여름 서울갔을 때의 사진. 반년만에 받아왔다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