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길었던 방학도 끝으로 다가가고 있어 학교에 나가서 일도 좀 하고 레거시에 들러 카페라테도 한잔 마셨다. 거의 두달만인가? 오랜만에 카페에 앉아 뭔가를 끄적 끄적하고 있으니 개학도 나쁜 것만은 아니구나 싶은 착각이 들었다. 레거시는 여전히 분위기 좋고 친절하고 맛있었다. 요즘은 만화로 그리려던 걸 글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손이 느린 내가 장편 만화를 그려내는건 아무래도 불가능할 듯하여 문장으로나마 정리해 놓으려고.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완결로 이어가지 못하는 내 부족한 능력이 한탄스럽다. 갑자기 최승자의 봄이라는 시가 떠올라 필사도 했다. 동의하지 않아도 봄은 온다는 시구가 가슴에 맴돈다. 날이 춥지는 않았지만 비가 보슬 보슬내려서 따뜻하고 칼칼한 부대찌개에 수육 한 접시를 먹었다. 소주가 절로 ..
이게 뭣이라고 아침으로 먹을 생각에 어제 저녁 잠들 때부터 설렜다. 한동안 유행했던 연세우유생크림빵(나는 팥빵을 좋아해서 생크림단팥빵으로 사 왔지만). 군시절 부식으로 나왔던 것 중에 고려당제과에서 만든 이색팥빵이라는게 있었는데 단 게 무진장 당기던 시절이라 나오기만 하면 환장했던 기억이 난다. 선후임들한테 담배 한 갑 주면서 바꿔먹기도 했으니. 강원도 동해 31 소초에서 칼바람 맞으며 먹었던 그 맛은 여태껏 먹어본 어떤 빵보다도 폭신하고 달콤했더랬다. 추억보정이 들어가서 더 맛있게 느끼는거겠지만. 그때 그 맛과 가장 유사하게 느껴지는 게 연세우유단팥생크림빵이라서 먹을 때마다 행복하다(선조의 도루묵과는 다르다 ㅋ). 돌아가라면 몸서리를 칠 시절인데도 그 기억에 바탕한 것들을 찾고 즐기는건 다시는 하지 않..
무전동 모란포차. 가게 로고가 예뻐서 가봤던 집인데 친절하고 가격도 저렴한데다 맛도 좋다. 솔직히 통영이라고 해도 괜찮은 회 좋은 가격에 먹기 힘든데 여기는 가격이 무엇보다 장점. 그리고 친절한 사장님의 서비스도 좋다. 광어랑 고등어회를 섞어서 파는건 메뉴에는 없음에도 부탁드리니 해주시고 광어플레이팅 예쁘게 하려고 양을 좀 더 드렸다는 넉넉한 마음까지 보여주시니 반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가게는 좁은 편이지만 4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1층과 2층 합쳐서 6개나 된다. 완두콩, 고구마맛탕, 감자샐러드, 멍게, 호래기, 문어, 서대조림, 부추전, 콘치즈. 기본 안주가 꽤 실하게 나와서 회 나오기 전에 테라 한병 순삭. 광어 플레이팅이 예술이다. 맛은 말할 것도 없고. 고등어도 최고. 작년에 중앙시장 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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