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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이 여름이 가기 전에 니지텐 텐동은 한번 먹어야지 싶어서 폭우를 헤치고 봉수골로 달려갔다. 바삭바삭한 여름의 맛이 느껴지는 스페셜 텐동 한그릇, 튀김을 먹을 때 마다 입안에서 행복이 터져나오는 것 같았다. 피아노를 배우며 음악에 관심을 부쩍 많이 갖게된 진진이를 위해 봄날의 책방에서 그림책을 한권 구입했다. 여름날은 역시 콩국수지. 거북 시장에서 사온 꾸덕한 콩물에 국수를 말아 먹으니 그 유명한 서울의 진주회관 못지 않은 맛이 났다. 콩국수는 가끔 먹어야 맛있다. 견내량에 신상 카페가 생겼다고 해서 가봤다. 다른건 모르겠고 파르페가 있어 좋았다. 죽림 바다 너머로 적란운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여름의 심볼. 해질 무렵까지 이어지는 폭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 우연히 옆을 지나고..

팔로산토 스머징 스틱. 캠핑은 싫어하지만 뭔가 태우고 노는건 좋아하는데 냄새도 좋고 소꿉장난 캠핑 느낌도 들어서 만족스럽다. 스머징이란 신성한 식물을 태울 때 나오는 연기를 통해 공간을 정화하는 의식이다. 팔로산토는 신성한 나무라는 뜻의 스페인어로 남미의 해안지역에서 자라며 정화와 치유 작용이 있어 귀하게 여겨졌다고 한다. 이 조각을 얻기 위해 나무를 베는 것이 아니고 떨어진 조각들을 수집해 제품화한다고. 이 작은 나무 조각을 태우는 행위를 통해 조화로운 일상을 회복하진 못하겠지만 조막만한 위안은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여름 과일 중 제일 좋아하는걸 고르라면 단연 복숭아! 근데 제대로 익은 (내 취향의) 물복숭아를 만나기도 힘들고 가격도 미친 수준이라 자주 먹진 못했다. 어제 집 앞 마트에 갔다가 한개에 만원이 훌쩍 넘는 찬란한 자태의 복숭아를 보곤 그냥 뒤돌아 서며 고물가 시대의 삶에 대해 한탄했더랬다. 결국 장인, 장모님 앞으로 들어온 복숭아 한박스를 얻어와서 잘 먹기는 했다만 내 돈 주고 사먹는건 갈수록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복숭아 향 나는 아이스티나 먹으면서 과육의 싱그러움을 그리워해야지 뭐.

한진로즈힐 정문 옆 숲속에 사는 길냥이의 새끼들이 태어났다는 제보를 듣고 가봤더니 어미를 꼭 닮은 네마리가 발랄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미 길냥이는 먹이 주는 고양이 활동가님 외에는 경계하던 녀석인데 사진 찍으러 온 나를 보고 반갑다고 달려와서 헤드 번팅을 했다. 궁디 팡팡을 해주고 츄르 두개 먹였더니 그냥 개냥이처럼 붙어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새끼냥이들은 신경도 안쓰고 ㅎ. 새끼들 귀엽다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먹이도 주고 위해를 가하지 않으니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녹아버렸나보다. 엄마냥이는 새끼 낳고 키우느라 뼈만 남았던데 아빠 냥인듯 보이던 이 길냥이는 통통하게 살이오른 채로 바로 옆의 차 밑에 누워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