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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graphy/landscape

바닷가이야기


저는 경남 진주시에서 태어나서 그곳에서만 살아왔기 때문에

농촌이 어떤지, 어촌이 어떤지 잘 몰랐습니다.

그나마 남해에서 5년간 교사 생활하느라 농어촌의 삶은 조금 구경만 했구요.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그런 곳들의 풍경에 관심을 갖게 되긴 했지만

아무래도 그 삶을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사진 욕심에 멋대로 셔터질을 해대는 것은 마음에 걸리더군요.

며칠전에 용현 바닷가에 나갔다가

굴캐는 작업을 하고 계신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분들을 찍으러 온게 아니라 용현 갯벌의 노을이 너무 아름다워 연신 셔터를 날리고 있는데

사진찍는데 우리가 나와도 되는가?

하고 한 할머니께서 물으시더라구요.

다른 곳에서는 자신들의 생업 모습을 함부로 담는다고 화를 내시던데

여기 분들은 제 풍경 사진에 방해가 될까 걱정을 하셔서 적잖이 당황을 했습니다.

오히려 안찍으면 그분들이 무안해지시는 상황이라 그분들의 작업하는 모습을 몇컷 담아 봤네요.



그렇게도 추운 날씨에 굴캐는 작업을 하시는 분들이 참 존경스럽더라구요.

그분들에 비하면 저는 참 편하게 먹고 살고 있는게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작업장 옆에는 굴까는 곳이 따로 있어 몸도 녹이고 이야기도 나누시는 것 같더라구요.

이 광경을 보고 있으니까 왠지 기차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라는 노래가사가....


겨울날의 노을은 정말 시리도록 아름답습니다.

물론 생업에 바쁜 그분들께는 그저 같은 하늘일 뿐일지도 모르겠지만요.

저 멀리 금오산이 보입니다.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께 금오산 얘기를 했더니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주시더군요.

금오산에 생긴 공군부대까지 등산해 가서 군인들한테 빵 얻어먹고 돌아온 기억이 있다구요.

어머니의 옛 놀이터에 저는 사진을 찍으러 다니고 있네요.

삶이란 그렇게 유전되는건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