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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mentary thought

2010년 진주고등학교 고3 담임들


저는 꼴지와 인연이 많나 봅니다.

제가 속해있던 학년은 항상 선생님들로부터

니네같은 꼴통은 처음 봤다라는 말을 도맡아 들었거든요.

처음 남해제일고에 발령을 받아서 맡은 애들도 전교 꼴지인 아이들,

첫 고삼 담임 맡은 아이들도 꼴지,

그리고 진주고등학교에 처음와서 고3을 맡았을 때도

처음 들은게 아이들의 성적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말이었습니다.

일년동안 모의고사 결과 분석을 하면서 나름대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었구요.

가끔은 내가 공부해서 모의고사 치고 싶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 들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참 착했습니다.

그 험하다는 요즘 고등학교 아이들....

그래도 우리학교에 선생님께 대들거나 지시에 불응하는 학생들은 없었으니까요. 

사실은 꼴지라서 더 좋았어요. 꼴지 선생과 꼴지 제자들의 조합.... 나름 어울리지 않습니까?

그놈의 S대가 무엇인지... 일류대가 무엇인지

그래도 항상 입에 달고 살 수 밖에 없는 제 처지가 참 많이 우스웠던 한해입니다. (저 또한 일류대도 못갔는데 말이죠 ㅋㅋㅋ)

제가 입고다니던 교복을 입은 제자들에 대한 부담감으로

더 많이 야단치고 매몰차게 대하기도 했지요.

그게 참 미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다 좋은 아이들이니까요.

두발이 좀 안단정해도, 지각을 좀 많이해도 사실 제가 보기에는 귀엽기만한 후배고 제자들이었습니다.


그래도 3학년 담임이라는게 입시 성적을 내야 하니까

올해 3학년 맡으신 담임 선생님들이 많은 부담감에 허덕였던건 사실이죠.

아직 입시가 끝난 것도 아니고 수능 성적 발표까지는 일주일이 넘게 남았지만

왠지 오늘은 3학년 선생님들께 수고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진고에 처음 발령 받았을 때 아는 선생님들은 대부분 1층에 계시고

3학년 선생님들과는 친분이 전혀 없었지요.

집이 가깝다보니 점심 먹으러는 항상 집으로 가버려서

얘기할 기회도 별로 없었구요. 술 한잔 안하면 까칠하기만 한

제 성격 받아주시느라 정말 고생들이 많으셨어요^^

항상 죄송하고 고마운 마음 가득합니다.


우리 부장님이신 하현태 선생님.

항상 제일 먼저 출근하셔서 학년을 챙기시고

거의 매일 야자감독을 주관하셨습니다.

기획인 제가 챙겨야 할 일도 부장님이 챙기시고

머리 아픈 일도 많으셨을텐데 혼자 짊어지고 가셨어요.

기획으로서 짐을 덜어드리지 못한 점 정말 죄송합니다.


3학년실 최연장자 하항준 선생님.

항상 부드러운 웃음으로 학년의 중심이 되어주신거 감사합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도 선생님의 온화한 미소는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밥도 자주 사주셔서 마음의 빚이 많아요 ㅋ


아빠같은 박찬훈 선생님.

학년실 분위기 만드시려고 이런 저런 얘기도 많이 해주시고

마치 아빠처럼 학년을 챙겨주신 섬세한 마음에 항상 감동하고 있었습니다.

곱창에 소주 한잔 항상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언제 장어에 소주 한잔도 해야죠^^


학년실 최고 인기남 박선제 선생님.

언제나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멘트로

학년실을 화기애애하게 해주셨습니다.

수많은 추천서로 힘든 한해 보내셨는데 내년엔 좀더 편해지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간지남 임창선 선생님.

비록 박선제 선생님께 학년실을 뺏기고

1층 교무실에서 인기를 더 얻으시기는 했지만

선생님의 멋진 모습은 모두들 잊지 못할거예요 ㅋ

항상 바른 길로 이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학년 총무로 일년간 고생하신 허미경 선생님.

인터넷 뱅킹 오류로 회비 제때 못내서 정말 죄송해요~

선생님 덕분에 일년 너무 잘먹어서 살만쪘어요 ㅋㅋ

학년 살림 사시느라 너무 고생하셨구 함께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언제나 소녀같은 유진순 선생님

남편분이 너무 궁금했습니다. 부러워서요 ㅋ

무슨 일이 있어도 얼굴 붉히시지 않고 온화한 미소로 학년실 분위기를

잘 만들어주셔서 항상 감사했어요.


인간적인 모습에 큰 공감을 하게된 이화영 선생님.

일년동안 좀 어려워서 말도 많이 못건냈네요.

시간표 짜는게 쉬운일이 아닌데 일년동안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ㅋ

남은 시간동안 많이 친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학년실 막내 고경애 선생님.

어쩌다보니 제가 막내처럼 살아서 서러우셨던 ㅋㅋㅋ

박선제 선생님과의 개그 콤비 플레이는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일년동안 많이 웃었습니다. 감사해요~



시간이 흘러갈수록 함께한 추억의 그림자도 길어지기만 합니다. 얼마남지 않은 시간 함께 힘내며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