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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이르는 곳, 합천 오도산

많은 사람들이 운해를 찍기 위해 몰려들지만

그 진면목을 쉽사리 허락하지 않는 곳.

추석 연휴를 맞이하여 태선이형, 정쇄, 대규랑 같이 이곳을 정복해 보기로 했다.

새벽 4시 10분에 진주 농산물 도매센터 앞에서 만난 우리는

쉴새 없이 오도산으로 차를 달렸다.

새벽한시까지 술을 마시다 온 대규는 비몽사몽 간이었고

잠을 거의 자지 못한 나도 차안에서 거의 실신 상태였다 ㅡ_ㅡ;;;;

그렇게 한참을 달려 합첩에 이르렀을 때 잠결에 들려오는 정쇄의 목소리,

기름등에 불들어왔다~

이 새벽에 주유소는 모두 문을 닫았고.... 오도산 정상까지는 삼십분 정도 차를 몰고 올라가야하고....

만약 차가 중간에 멈춘다면 우리가 걸어서 산을 타야하는건 둘째치고

오가는 차들의 길까지 막아버리는 민폐를 끼치겠기에 걱정을 무지막지하게 했다.

하지만 이까지 온걸 어쩌랴~ 우리의 트라제를 믿고 산을 오를 수 밖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산을 오르길 이십여분, 어느새 오도산 정상에 다다랐다.

이미 정상에는 많은 차들이 운집해있었다. 어제 내린 비로 인한 운해를 기대한 진사님들이었다. 

하지만 역시 오도산은 만만치 않았다. 차에서 내려서는 순간 보이는 광경은 그야말로 오리무중 ㅡ_ㅡ;;;

또 헛수고를 한것인가 하는 생각에 가슴이 무거워져왔다. 


오도산에 처음 도착했을 때 보이던 광경이 이랬다. 그래도 이왕 온김에 사진은 찍어야 겠다고 생각이 들어 일출 포인트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오도산 운해 촬영에 15번 도전한 성일이 형이 개척해놓은 일출 포인트를 찾다보니 지난번 박정규 교수님의 사진에 올라온 곳이 눈에 들어왔다. 

어두운데다 안개가 껴서 시야 확보가 잘 안되는 상황에서 무작정 벽을 타고 그곳으로 걸어 들어갔다. 

(나중에 해뜨고 보니 이건 뭐.... 낭떠러지 위에 약간 튀어나온 턱에 의지해 길을 건넜던 것 ㅡ_ㅡ;;;;; 다시는 이런짓 안해야지) 

 
여명은 이미 밝아오는데 구름이 안걷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더랬다.

게다가 날씨는 왜그리 추운지~ 산꼭데기에서 맞는 바람은 장난이 아니었다. 남방 한벌 껴입고 그 추위를 견뎌야했던 나는 정말 지옥을 맛봐야했다.

그렇게 흐르는 눈물과 콧물을 훔쳐가며 서있기를 십분여

강한 바람에 구름이 흐르며 산하의 풍경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는 닥치고 셔터를 누를 뿐~




수묵화처럼 펼쳐지는 산능선이들과 격한 구름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조화


중간 중간 펴오르는 안개와 구름의 협연....




드디어 떠오르는 오늘의 태양.... 이 순간의 장엄함을 지금의 내공으로는 다 담아낼 수가 없었다.....


태양과 정면으로 맞서다. 태양의 따가움에 눈이 아려오고 렌즈 또한 플레어를 만들어내며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지만 저 거대한 자연을 향한 셔터질은 멈출 수가 없었다.

작렬하는 플레어.... 하지만 그마저도 아름다웠던......


이름모들 산하는 장엄한 모습으로 그곳을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이미 해는 떠오르고.... 태양빛에 물든 안개와 구름이 이채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그 모습을 분주하게 담아내는 진사님들...


일출경의 측면에는 사람이 만들어 놓은 또하나의 풍경이 드러나고 있었다.

마치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고산도시 같은....


일출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돌아서는 길....

다른 방면에서 바라보는 산하의 풍경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황홀한 풍경에 발길을 돌릴 수 없었던 아침....

우리가 살고있는 대지는, 이 지구는 이러한 아름다움을 부지런한 사람들에게만 허락하고 있었다.


장엄한 빛내림의 광경을 마지막으로 우리는 눈을 감고 산을 내려왔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보지 않기~

그렇지 않고서는 도저히 산을 내려 올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2010년 9월 23일의 오도산은 그렇게 아름다웠다.

비록 대규는 술과 잠에 취해 이 풍경을 보지 못했지만 사진으로나마 아쉬움을 달랠 수 있으리라 본다.

돌아오는 길에 릴리즈를 사진 찍던 곳에 놓고 왔던 것이 생각났지만 이미 늦은 일, 멋진 사진과 바꾼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오도산에서 니콘 MC-30 릴리즈 주우시는 분은 제꺼니까 잘 쓰세요~^^)

그만큼 오늘의 오도산은 아름다웠다. 아마도 이 풍경은 구름이 무르익는 여름에서 초가을까지만 볼 수 있는 것.

이번의 오도산행이 올해에는 마지막이리라....

내년에는 더 멋진 풍경을 볼 수 있길 기대하며 오늘의 오도산행을 정리해본다.


덧 - 릴리즈 때문에 너무 아쉬워하는 내가 너무 불쌍해보였는지 태선이 형이 생일 선물로 하나 사준다고 하신다~(땡큐 행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