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에서 전 제일 잘 부치는 곳을 들라하면 망설임 없이 무전찌짐을 말하겠다.
이 집 전은 다 좋지만 특히 동그랑땡 퀄리티가 매우 만족스럽다.
전에는 막걸리지만 내가 제일 싫어하는 주종이라 그냥 맥주를 마신다.
여름 맥주는 향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적정 온도고 뭐고 그냥 머리 깨질 정도로 시원해야 함.
살얼음이 낀 필스너우르켈 330ml 캔 하나 완샷 때리면 더위고 뭐고 없다.
(원래는 이렇게 마시는 술이 아니지만 ㅎ)
적란운이 뭉개 뭉개 피어나던 토요일.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이다.
이 계절에는 집에서 만든 수제 땡모반 한잔쯤은 해줘야지. 여름이 좋은 이유 중의 하나 수박주스.
드라이브 가려고 주차장 가는 길에 만난 김만듀씨.
더위에 늘어져 자고 있었음.
사람이 오거나 말거나 신경도 안 쓰는 동네 터줏대감 프로 길냥이.
(1층 주민께서 오해하실까 봐 사진 찍는 게 조심스럽다.
얼굴도 한번 못 뵀고 별말씀을 하신 것도 아니지만.
집 안 나오게 주의해서 찍고 있습니다.)
척포 갔다가 오던 길에 들린 봉평량피.
량피 전문점에서 량피는 안 먹고 훈툰, 토마토달걀볶음, 군만두.
각 메뉴 8000원. 양도 많고 맛도 좋고.
화교분들이 운영하시는 집이었는데 현지화가 잘돼 그런지
맛이나 향에서 거부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고수 추가할 거냐고 물어보셨고 당연히 사양 ㅋ)
훈툰. 약간 매콤한 어묵국 혹은 김국 같은 국물과 쫄깃하고 고기소가 많이 든 완탕을 먹는 듯했다.
토마토달걀볶음. 대단한 특징은 없었지만 모자람 없는 딱 그 맛.
군만두가 대박. 양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다.
돼지고기+배추 혹은 돼지고기+셀러리 두 가지 소 중에 고를 수 있는데
나는 돼지고기 배추소를 골랐다.
고기가 많이 들어 있고 육즙도 충분한 정말 맛있는 군만두였다.
집 근처 산책하다가 오랜만에 카페 이음에서 상하목장 우유아이스크림.
시도를 만날 수 있을까 싶어 돌아다녔지만 실패.
일요일 새벽미사 다녀오던 길에 도남동 풍경이 아름다워 사진을 몇 컷 찍고 왔다.
내게는 이것이 가장 통영스러운 풍경.
훗날 돌아봐도 통영하면 바다 너머 서있던 저 도남동 타워 크레인이 제일 먼저 떠오를 것 같다.
점심은 이모님께서 사주신 의령소바.
별로 안 좋아하는데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었다.
소바나 밀면이나 냉면이나 미각이 천한 내게는 다 거기서 거기.
(하물며 평양냉면은)
집에 돌아와서는 히타치노네스트 화이트에일 한 캔 마시고 낮잠.
예전에는 주말에 잠만 잔다는 사람들 이해 못 했는데 요즘 내가 그 지경임.
저녁에는 와이프가 뚝딱뚝딱 만들어준 어묵 국수.
멸치 육수를 비린 맛 하나 없이 참 잘 낸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참 맛있는. 장모님 닮아 국수를 잘 삶는다.
어묵국수에는 청하나 백세주가 잘 어울린다.
이날은 남아 있던 백세주 과하.
여름을 지나는 술이라는 이름답게 초여름 밤에 너무 잘 어울린다.
돈이 아까워 백세주에 소주 섞어 오십세주 마시던 대학생 시절을 넘어
한 병에 13000원이나 하는 비싼 술을 아무렇지도 않게 마시는 직장인이 되었다.
그래도 가끔 만 원짜리 한 장에 벌벌 떨며 선배들이 사주던 술 한잔에 감사했던 옛 시절이 그리울 때가 있다.
한여름밤의 꿈처럼 사라져 버린 그 치기 어렸던 시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