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가이드 빕구르망에 매년 선정되는 맛집이자 맨해 지점이 뉴욕타임스 선정 최고 요리 8선에 들어 연일 상종가를 치고 있는 맛집 옥동식. 구본창의 항해를 보는 것 외에는 아무 일정이 없었기에 긴 웨이팅을 감수하고 먹어봤다. 내가 먹은 그릇은 밥알이 좀 따로 노는 느낌이었지만 그 외에는 흠잡을 곳이 없는 만족스러운 한 그릇이었다.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을 놓치지 않는 국물도,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함이 살아있는 고기도 참 좋았다. 하지만 그 긴 웨이팅을 견디고 먹어야 할 정도의 맛인가라고 묻는다면 다른 집에 가라고 말하고 싶다. 솔직히 고통을 감내해 가면서 까지 맛봐야 할 진미는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부산에서 맛봤던 엄용백의 부산식 돼지국밥(특)이 더 나았다.
자주 올 곳이 아니라서 메뉴에 있는건 무지성으로 다 시켜봤다(그래봐야 국밥이랑 김치만두 밖에 없다.). 맛있지만 특별하지는 않은 김치만두다.
주류는 가펠 쾰시 생맥(200CC, 300CC)과 황금보리소주 잔술이 있었는데 나는 당연히 가펠 쾰시. 낮술은 어디서 뭘 마셔도 맛있다. 돼지국밥에 생맥이 웬 말이냐고 말할 주당들도 있겠지만 꽤 잘 어울린다.
구본창의 항해 관람 후 부타동스미레에서 저녁을 먹기 위해 신촌으로 이동했는데 시간이 좀 남았다. 대기 명단에 1번으로 이름을 올리고 인근에 있는 플릭온이라는 이름의 카페에 들렀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는데 사장님이 커피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갖고 계신 분인 듯 원두에 대해 아주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말씀하시던 와중에 느낌이 와서 세 번째로 설명해 주신 원두를 달라고 했더니 서두르지 말고 끝까지 들으라고 하시더라. 알고 보니 앞의 두 개는 한잔에 9000원, 3번째 것은 25000원. 무턱대고 시켰다가 가격 보고 식겁할까 봐 미리 경고하신 거였다. 솔직히 커피 한잔 가격으로는 저항감이 좀 있는 편이었기에 호기를 접어두고 두 번째 원두로 부탁드렸다. 콜롬비아 타타코아 시드라 내추럴. 과일향이 강하게 뿜어져 나와서 마시다 가향이냐고 물어봤을 정도였다. 커피가 아니라 과일차라고 해도 믿을만한 한잔이었는데 아주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극찬해 마지않는 신촌 맛집 부타동스미레. 홋카이도식(오비히로계) 부타동을 전문으로 하는 전국에 몇안되는(혹은 유일한) 가게다. 페친인 상균 씨가 가끔 포스팅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혹해서 달려가고 싶었더랬다. 아무 계획 없는 상경이었기에 웨이팅을 감수하고 먹으러 갔는데 의외로 1등. 들었던 대로 사장님은 내내 음식만 하고 계셨고 여사장님이 접객을 하셨는데 한국어가 여전히 서투신 모양이었다. 대단히 친절하셨지만 내부에서 대화를 하지 못한다는 규정 때문에 꽤 답답하게 느껴졌다. 여기는 정말 철저히 혼밥 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인 듯. 하루에 몇 그릇 팔지 않는다는 특상 부타동을 운 좋게 시킬 수 있었는데 일반부타동에 비해 확실히 부드러웠다. 타레소스는 불맛이 약간 더해져서 그런 건지 졸인 짜파게티 소스에 밥을 비벼 먹는 듯한 느낌도 조금 들었고. 꽤 만족스러운 한 그릇이었지만 역시나 긴 웨이팅을 감수하면서 까지 맛봐야 하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할 것 같다. 한번 먹어봤으니 이제 졸업.
부타동도 좋았지만 운전 걱정하지 않고 먹는 생맥 한잔이 정말 탁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