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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가 해온 것들은 모두 그가 처음 했던 것.'

 

앙드레 케르테츠에 대한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의 칭송이다.  

 

'(한국에서) 우리가 해온 것들은 모두 그가 처음 했던 것.'

 

구본창의 항해를 보고 많은 사진가들이 이렇게 말을 할 것이다. 

 

사진가라면 모두가 한 번쯤은 거쳤을 촬영 기법, 아이디어,

 

그것의 구현화 과정이 모두 이 전시장에 있다. 

 

구본창 이전의 한국 사진은 모두 구본창으로 흘러들어 갔고

 

구본창 이후의 한국 사진은 모두 구본창으로부터 흘러나왔다. 

 

2. 

 

구본창과 동시대를 살았던 사진가 중, 아니 그 이전과 이후를 통틀어서도

 

자신의 작품과 활동에 대해 이 정도로 철저하게 관리해 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스스로가 자신의 작업을 아카이빙하고 있었다. 

 

3. 

 

이 정도 규모로,

 

이 정도의 다양함으로,

 

이 정도의 완성도로 개인전을 꾸려낼 수 있는

 

한국의 사진작가는 내가 아는 한 구본창 외에는 한명 밖에 없다.  

 

구본창과 동시대에 활동해왔던 전업사진작가들은 그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고 있을까? 

 

나라면 엄청난 콤플렉스를 갖고 살았을 것 같다. 

 

마치 모짜르트를 바라보는 살리에르 같은. 

 

4.

 

개인적인 경험에 기대 판단해 볼 때 웬만한 사진가의 작품은 책으로 보는 게 더 나았다. 

 

하지만 구본창의 작업은 대형 인화로 만날 때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는 경우가 더 많다. 

 

꼭 전시장에서 직접 보길 권한다. 한국 사진사에 오래 남을 전시이기 때문이다. 

 

서울 인근에 살면서, 사진에 관심이 있으면서 이 전시를 안 보는 건 직무유기 수준이다. 

 

나는 오직 이 전시만을 보기 위해 통영에서 서울까지의 거리를 마다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