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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신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뭔가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으로 읽고 있긴 한데 좀 힘들다. 나이가 들수록 하루키의 신작을 읽는게 버거워진다. 다자키 쓰쿠르보다는 기사단장 죽이기가 힘들었고, 그보다는 이번 작품이 더. 갈수록 환타지스러워지는, 장르 소설에 가까운 느낌이라 더 그런 것 같기도. 이렇다할 클라이막스도, 납득할만한 결말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 자신의 취향을 한껏 늘어 놓다가 자기가 만족한 지점에서 끊어버리는것. 자기 뜻대로 이런 글을 쓰기 위해 하루키는 대가가 된 것이다. 그걸 나쁘다고 말할 순 없겠다. 사실 나도 그러고 싶거든. 내가 하고 싶은걸 찍고 쓰고 그렸을 뿐인데 부와 명예가 따르고 나는 생각도 안했던 부분을 넣어 해석해주고 하는. 

 
 

 
 
커피용 더블월 글라스를 하나쯤 쓰고 싶어서 구입했다. 제일 무난한 모양으로 골랐는데 커피맛에 영향을 줄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보기 좋으면 됐지 뭐. 컵에 대한 내 집착은 슬슬 병이 되어가는 듯 하다. 집에 있는 맥주 전용잔들만해도 이제 처치 곤란 수준이 되어가는데 커피용 잔까지 이렇게 늘어나면..... 
 
 

 
 
방청소, 이발하고 나니 토요일이 다 가버렸다. 이른 저녁, 롯데마트에 장보러 가던 길에 만난 만두. 시큰둥하게 있더내 MA-AH  하고 부르니 벌떡 일어나 뭐라고 냐옹 냐옹 거렸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고양이 활동가님들께서 아침 저녁으로 워낙 잘 먹여주셔서 날이 갈수록 덩치가 커지고 있다. 얼마전에는 옆라인에 터 잡고 사는 검은고양이랑 영역 다툼을 하고 있더라. 앙칼진 울음소리에 엄근진한 얼굴까지, 내가 아는 만두가 아닌 것 같았다. 녀석,강한 남자가 되었구나. 
 
 

 
새벽미사 가던 길에 만난 눈썹달. 아침 노을에 물든 구름 위로 곱게도 떠있었다. 
 
 

 
 
미사 다녀와서는 모닝커피. 520번의 목요일 블렌드를 아주 만족스럽게 마시고 있다. 맛이 아주 직관적이라서 좋다. 
 
 

 
점심은 요으에서 디저트나 좀 주워먹으려고 했는데 쉬는 날....
 
 

 
 
 
그래서 오랜만에 브런치카페 바운더리에 가서 파크림 잠봉뵈르를 먹었다. 꽤 괜찮은 맛. 잠봉도 좋았지만 마리네이드된 저 방울토마토가 취향에 딱 맞았다. 커피는 전형적인 다크로스팅의 카페 커피. 산미는 전혀 없어 내 스타일은 아니었던. 그러나 디저트류와 먹기에는 이런 스테레오 타입의 커피가 나을 것이다. 
 
 

돌아오던길에 만난 혼타 오토바이. 뭔가 그림 그리고 싶게 생긴 예쁜 디자인. 오토바이를 타지 않지만 갖고 싶게 만드는 아름다움. 마당있는 집을 사서 한대쯤 장식으로 놔두면 좋겠다. 돈이 있으면 뭔들 못하겠나. 
 
 

 
 
뉴욕바다가재 수족관에 킹크랩이 차곡차곡 쌓여있었다. 먹힐 날을 기다리며 숨만 쉬고 사는 삶.... 나라고 별다를게 있겠나. 요즘은 분명 여러 부문에서 사건들의 소강 상태를 겪고 있어 그리 힘들 일이 없을텐데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 왜이리 자주 드는지.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 여름이 끝을 예고하고 있지만 아직 낮의 더위는 만만치 않다. 여름이 가는게 아쉽다. 그 수많은 비극을 전해들으면서도 여름이라 버텨낼 수 있었다. 가을, 겨울의 스산함 속에서 이 나라의 상황을 직관하며 올곧음을 지켜나가는건 쉬운 일이 아닐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