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창밖을 보니 만두가 저러고 있었다.
마지막을 아무 의미 없이 보내기 싫어서 무턱대고 통영시내를 걸으러 나갔다. 무전동에서 삼문당 까지 걸어가 통영블랜드를 핸드드립으로 주문했다. 잡미 없이 잘 뽑아낸 한잔. 여름을 닮은 과일향이 느껴지는 가볍고 기분 좋은 산미가 도드라졌다.
커피를 마시며 창밖 풍경을 한동안 바라봤다. 꿈같이 흘러가 버린 방학이 아쉽다.
강구안까지 한바퀴 돌고 무전동으로 돌아왔다. 15000보 정도를 걸었다. 지난주 같은 폭염은 아니었지만 한낮의 땡볕을 그대로 맞으며 걸었더니 힘들어서 이디야에서 수박주스를 한잔했다. 당도가 떨어지는 밍밍한 맛이었다.
한산대첩제 마지막날, 무전대로에서 통영시민한마당이 열렸다. 작년 광복절 연휴때 처음으로 무전대로를 통제하고 행사를 진행했었는데 코로나 끝에 맞이한 자유로움이 너무 좋아 인상에 깊이 남았었다. 올해는 그 정도의 임팩트는 아니었지만 평소 걸을 수 없는 차로 위를 활보할 수 있다는 건 매력적인 일이었다.
라인도이치에서 한산대첩 기념 맥주를 만들었다고 해서 작년처럼 팔러나올거라는 기대를 했는데 불발. 크라운맥주로 이동해서 살얼음맥주 500CC 한잔을 그대로 원샷했다. 다이어트 중에 마시는 한잔이라 그런지 맛이 기가 막혔다.
사람이 점점 많아지는 무전대로를 벗어나 북신만 수변공원에 갔다. 이번에 새로 설치한 분수대를 시험 운영하고 있었는데 꽤 훌륭했다. 사람들도, 함께 산책 나온 강아지들도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는 모습, 공원에 앉아 그 모습들을 바라보며 함께 행복에 젖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