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모님께 받은 자센하우스 산티아고 밀 테스트겸 예가체프 G2를 갈아 커피를 내려봤는데 실로 놀라운 한잔이 나왔다. 몇달간 이곳 저곳에서 마셨던 여러 핸드드립들과 비교해도 감히 최고라고 할만했다. 신단쓴맛의 조화가 훌륭했고 입안에 머금었을 때의 느낌도, 마시고 난 후에 남는 여운도 너무 만족스러워서 커피가 줄어드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여러 우연이 작용해 만들어진 이 한잔을 재현하는건 불가능할테다. 같은 수준의 결과물을 계속 핸들링 해낼 수 있는 사람을 프로라 부른다. 하지만 가끔 만들어내는 한방은 아마추어의 그것이 더 엄청날 때가 있다.
진진이가 김형제 고기의 철학에 가고 싶다고 해서 저녁을 먹고왔다. 이젠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많이 생긴 아들이다. 몇년전 애가 남들과 달라서 고민을 많이 했던 적이 있었다. 저러다 세상의 즐거운 것을 하나도 못느끼고 살면 어쩔까 하는 걱정에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그게 기우여서 다행이다. 고기를 흡입하고 있는 진진이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