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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본 커피쇼(올곧 사장님께서 입장권을 주셨다. 감사합니다^^). 작년 이맘때였으면 커피쇼 같은데를 왜가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을텐데 인생 참 모르는거다. 홈카페용 장비 구경하는 게 제일 큰 목적이었는데 관련 업체들이 거의 오지 않아서 실패. 타임모어 그라인더는 직접 볼 수 있었지만 역시나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 코만단테로 마음을 돌렸다(수동 그라인더를 안 쓰게 될 것 같아 펠로우오드 GEN2로 다시 변경).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역시 장비 구경 제대로 하려면 서울 카페쇼를 가야할듯) 처음 가본 커피 관련 행사라 꽤 즐거웠다. 

 

부산디자인위크의 경우는 매년 실망스러웠지만 역시나 올해도 엉망. 입장료도 저렴한건 아닌데 볼만한 게 거의 없었던. 조금 신랄하게 말하자면 디자인이라는 건 어디로 가버렸는지 모르겠고 그냥 비슷비슷한 느낌의 굿즈 판매장에 가까웠다. 이런 게 그들이 생각하는 디자인이라면 차라리 더현대 서울이나 인근에 있는 센텀신세계 백화점 지하를 둘러보는 게 나을 듯했다. 코로나 시국을 지나면서 개인정보제공 동의를 요청하는데 대해 아무런 거리낌이 없어져버린 것도 마음에 걸렸다. 내 돈 주고 들어가는데 내 개인 정보도 자기들 광고 홍보 목적으로 다 사용하겠다고 주저 없이 요구하는 행태가 참 어이없어 보였다. 

 

 

 

 

 

벡스코에서 거의 2만보를 걷고 광복동으로 넘어와 콕스테일이라는 술집에서 블랑 생맥주 한잔. 꽃향기 나는 한잔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좀더 청량한 라거로 마실걸 하는 후회가....

 

 

 

 

 

주말 저녁이라 대기가 길었던 백화양곱창. 자리 배정해 주는 반장 아줌마의 강압적인 태도가 별로 맘에 안 들었지만(손님 많이 몰려서 힘든 건 알겠지만 돈 내고 밥 먹으러 온 사람들을 군인 인솔자 같은 자세로 대하는 건 좀 선 넘은듯합니다만.) 8호점 사장님 부부 내외는 너무 친절하셨다. 여러 가지를 이야기를 하며 고기를 구워주시는데 양곱창 오마카세를 먹는 듯했다. 마지막으로 시켰던 양볶음밥이 정말 최고. 2주 전에 갔던 오발탄에 비해 훨씬 나은 고기 퀄리티와 왁자지껄하니 마음에 드는 분위기, 역시 광복동 오면 백화. 그래도 반장 아줌마는 별로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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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너무 불러서 광복동부터 부평깡통시장까지 어슬렁 거리며 돌아다녔다. 이제 코로나의 흔적같은건 1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북적이고 있었던 밤거리. 모두들 근심 없이 즐겁게만 보였다. 사상최악의 불경기니 불안한 국제 정세니 하는 위기감은 다른 행성이야기 같이 느껴져 좋았던.

 

 

 

일요일 아침 새벽미사 가던 길에 지나간 BIFF 광장.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욕망의 찌꺼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듯한 모습, 한바탕 열기가 지나간 후의 서늘한 느낌이랄까. 대학 시절 밤새 술마시다 아침이 되어 집에 돌아갈 때 느꼈던 감상과 비슷했다. 쓰레기로 엉망인 거리 곳곳을 청소 용역분들이 분주하게 정리하고 계셨다. 부산 광복동, 서울 인사동, 전주 한옥마을은 아침 산책을 워낙 자주해서 이젠 우리 동네처럼 느껴질 정도.  

 

 

 

 

 

광복동에서 1박 할 때면 새벽미사 보러 들리는 중앙성당. 용두산 공원 바로 밑에 위치하고 있다. 성당 규모가 엄청 커서 정말 쾌적한 기분으로 미사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새벽 미사 나오는 신자 대부분이 노년층인건 통영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 10여년 뒤의 미사 때는 어떤 모습이 펼쳐지고 있을지. 

 

 

 

성당 앞에서 만난 길냥이. 계속 애옹거려서 츄르를 주려고 했는데 다가가니 도망갔다. 경계하는 듯 보이지는 않았는데. 우리 집에 갈까? 했더니 애옹거리며 좋다고 했는데 ㅎ

 

 

 

아침은 부평시장 근처의 기사 식당에서 콩국수. 아무 생각 없이 시켰는데 콩물이 진득하고 맛있어 폭풍 흡입했다. 올해의 첫 콩국수는 성공적. 

 

 

 

진진이가 용두산 타워 엘리베이터를 타고 싶다고 해서 헥헥거리며 올랐다. 에스컬레이터가 없었으면 낙오할 뻔 했.... 숙소로 돌아와서 차를 빼려는데 주차타워가 고장.... 어쩔 수 없이 광복동에서 시간을 더 보내야 했다. 

 

 

 

광복동 롯데백화점 블랙업 커피. 직원들이 엄청 친절해서 놀랐고 커피맛도 훌륭했다.

르완다 무지나 부르봉 핸드드립. 부담스럽지 않은 과일의 산미와 단맛의 조화를 잘 잡은 균형 잡힌 한잔. 

 

 

 

점심 먹을게 마땅치 않아서 방황하다가 우연히 만난 고담히츠마부시. 이름이 고담이라 배트맨이 나오는 건가 하며 큭큭거리다 히츠마부시라고 해서 호기심이 동했다. 

 

 

히츠마부시와 로스트비프동을 시켰는데 맛이 꽤 좋았다. 김엄마의 동경식탁에 비해 장어의 볼륨감과 부드러움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충분히 괜찮은 집이었다. 부산 오면 동경식탁에 가려고 일부러 광안리로 향하곤 했는데 이젠 광복동에서 히츠마부시 생각나면 여기서 한 그릇 먹어도 되겠다 싶었다. 직원분들의 접객이 친절했던 것도 꽤 인상적이었고(애 먹이라고 망고 판나코타 하나 더 내주신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