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가 내렸다 말았다 하다 적란운이 높이 솟은 하늘,
단정한 옷차림을 한 아가씨처럼 새초롬하게 떠있던 상현달,
그 위로 경쾌하게 날아오르던 이름 모를 새 한마리,
순간 너무나 이상적으로 보였던 가로등의 각도와 붉은 간판의 묘한 조합,
한참을 쳐다보고 있어도 날아가지 않고 한장 찍어 달라는듯 서성이며 까악거리던 까치,
술집 양철 간판을 배경으로 늦은 오후의 태양빛을 받으며 반짝이고 있던 은행나무,
묘하게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어준 수박 상인과 그 옆으로 바삐 걸어가던 아주머니의 조합,
풋더위에 지쳐 늘어져 있었지만 경계하는 본능까지 놓지는 않었던 길고양이,
그리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사먹은 시리게 차갑고 달고 씁쓸했던 녹차 빙수 한그릇,
모든 것에 여름이 묻어 있었다.
어느새 그 계절 위에 서있다.
그리고 어느새 7000번째 포스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