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점심시간, 충무교에 서서 파도가 들이치는 바닷가를 질풍과 같이 달리고 있던 아저씨를 보며
고전주의의 형식, 합리를 중시하는 성격에서 벗어나 강한 정열과 개성의 해방을 추구했던 독일 문학의 새로운 움직임
질풍과 노도 운동을 생각하다 나는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 걸까 하는 자괴감에 빠져
학교로 급히 돌아와 성적 고민에 빠진 학생과 상담을 했던 날.
요즘 내가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들은 이토록 인과관계로부터 유리된 편린들의 묘한 조합으로 이뤄져 있다.
2.
일관성 있는 삶을 추구하지 못하는 나는 절대로 매끈한 인생의 그림을 맞춰낼 수 없을 것이다.
같은 박스의 퍼즐이 아니라 여기 저 버려진 조각들을 주워와서
억지로 판을 맞쳐나가려 하는 것이니 아귀가 맞지 않을 수밖에.
내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어설픈 남은 기억의 자투리를 얼기설기 기워낸 조각보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