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가좌동에서 산책을 했다. 내가 대학 다닐 때와는 달리 나무가 많이 심어져 마치 숲 속을 걷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녹음이 풍성했다. 술집, 카페 마다 들어 찬 사람들, 여유로워 보이는 모습들이 참 좋아 보였다. 익숙한 길을 걷다보니 자연스레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한때 그 시절이 사무치게 그리웠던 적이 있었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 했고 참 즐거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한참이나 지나버린 지금, 추억 보정을 빼고 돌아보니 그리 좋지만은 않았던, 아니 오히려 암흑기에 가까웠던 시간이었다. 나를 좋아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내가 더 좋아했던 사람들이고 내가 즐거웠다고 느낀 상황은 나만의 착각 속에서 혼자 만족했던 것에 불과했다. 실제로 그때 모든 시간을 함께 했던 이들 중 지금 연락하며 지내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이제는 그게 그리 허망하게 느껴지지도 않고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는다. 자신이 처했던 상황은 시간이 지난 이후에야 냉정히 돌아볼 수 있는 것 같다. 그 시절 나는 한없이 외로운 주변인이었으며 그건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번도 원의 중심에 들어가 본적은 없지만 나는 심리적, 물리적 변방에서 살고 있는 나를, 내 삶을 긍정한다. 매일같이 나태에 지고, 유혹에 빠지며 실패를 거듭하는 나이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함께 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로부터 때로는 경원시 되고, 때로는 대놓고 모욕 당하기도 하지만 내 자존감은 완전히 무너진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게는 아직 쫓아야할 별이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