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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 영우형이랑 죽림 참치정육점에서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마시고 돌아왔다.
일요일 아침, 한촌설렁탕 오픈 시간에 맞춰 달려가 해장.
뚝배기를 든 진진이의 손 각도가 예사롭지 않다. 건실한 국밥충으로 자라난 것 같다.
밥 먹고 돌아오던 길에 만난 시도. 날이 갈수록 귀여워진다. 내가 엉덩이 팡팡을 해주니 좋다고 애옹거리더만 옆에 있던 애기들이 조심성 없는 손길로 만지니까 불편한지 자리를 옮기더라.
태풍이 다가 온다고 하더니 오후부터 바람이 장난아니게 불었다. 그 와중에 하늘은 눈을 떼기 힘들 정도로 멋져서 창밖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비가 조금 흩날리는 것 같더니 하늘에 걸린 무지개. 집에서 무지개를 본 건 처음이라 신기했다.
방에서 시험문제 출제하고 있는데 창밖의 빛이 묘했다.
사진가들 용어로 완벽하게 디비진 하늘.
무슨 지구 종말 분위기여.
나는 이런 하늘빛을 무서워한다. 1987년 이 무렵,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날의 하늘이 딱 이랬기 때문이다. 묘한 노란 빛으로 물들어있던 그날 저녁 무렵의 그 하늘이 트라우마로 남아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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