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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초에는 처가살이를 하느라 혼수라는걸 장만할 필요가 없었고 청약받아놨던 주영더팰리스3차가 완공되고 이사하면서 필요한걸 몇개 구입했는데 그 중에 이 LG 오디오도 있었다. 레트로 스타일의 외관이 맘에 들어 와이프를 졸라 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뒤로 실제 사용한 적은 별로 없었다. MP3이 보편화된 시대에 굳이 CD를 들을 일도 없었고 통영은 난청 지역이라 라디오도 무용지물이었다. 전형적인 묻지마 소비였다. 10여년 동안 거실 장식장 한켠에 쳐박혀 있던 이 녀석을 다시 꺼낸건 의미 없이 쌓여있던 CD를 정리할때 사용하던 벽걸이 CD플레이어의 음질이 너무 처참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 아무 문제 없는 상태겠지 생각했는데 관리를 안해서 그런건지 외관만 깨끗하고 내부는 곪아있었던 것 같다. CD 인식을 못할 때도 있고 전원케이블 접촉 불량이 생기기도 했다. 서비스 센터에 가져갔더니 10년 된 제품을 아직도 사용하냐고 서비스기사님이 신기한 듯 쳐다봤다(가전 제품 10년 사용하는게 신기한 대접을 받다니, 시대가 그렇게 변한거다. 게다가 이 녀석은 명품 오디오도 아닌 그냥 기성품 A에 불과했을테니.). 부품도 나오지 않아 수리가 불가능하다고 해서 아무 것도 못하고 그냥 가져왔는데 짧은 외출을 하고 돌아온 녀석이 다시 짱짱해졌다(오가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충격이 가해진 적이 몇번 있었다. 전자 제품 고장났을 때 몇대씩 때리면 고쳐지곤 하던 쌍팔년도의 방법이 아직도 통하는건지.). 수명이 끝나기 전의 회광반조인지는 모르겠지만 멀쩡하게 CD를 재생하는걸 보니 당분간은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 한때 그렇게 갖고 싶어 안달을 하며 사놓고는 구석에 쳐박아 놓고 제대로 쓰지도 못한채 고물로 만들어 버린 나. 내 물욕으로 인해 우리 집에 들어왔다가 저렇게 되버린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와이프 말대로 새물건 사서 쟁여놓을 생각 그만하고 그동안 사서 짱박아 놨던 것들 상태 점검이나 해봐야겠다. 그러고 보면 사놓고 본전 뽑는 제품은 카메라와 렌즈 빼곤 없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