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불모지인 통영에 힙한 술집이 생겼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름은 브론즈실(브론즈실버). 집 근처라 오가며 위치도 파악해두었고 블라인드 틈으로 보이는 내부도 멋져 보여 꼭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지날 때마다 사람이 꽉꽉 들어차 있는 걸 보고 포기하고 있었더랬다. 코로나도 걱정이고 사십 중반에 다가가고 있는 내가 가기엔 젊은 사람들 취향의 공간인 것 같기도 해서. 그러다가 오늘은 용기를 내서 오픈런을 하러 갔다. 문 여는 시간인 다섯 시에 맞춰 가면서 이 시간에 나보다 먼저 도착해서 술 마시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이 승자다라는 생각을 했는데 묘령의 여성 두 분이서 소주를 들이키고 계셨다.
내부 공간은 이런 느낌. 감각적으로 잘 꾸며 놔서 이곳 저곳 제대로 찍고 싶었지만 위스키 한잔 마시고 바로 갈 거면서 너무 설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소심하게 몇 컷만 찍었다.
시간 잘 맞춰오면 디제잉하는 모습도 볼 수 있는걸까? 그렇다면 난 그 시간을 맞추면 안 될 것 같아 ㅋ
소주부터 위스키, 칵테일, 와인까지 정말 다양한 주종을 다루고 있었다. 위스키는 사진에 나온 것 정도. 라프로익, 아드벡 같이 개성 강한 아일라 위스키도 있었으면 위스키 경험치를 쌓기 좋았을 텐데 모두들 좋아할 만한 무난한 라인업이라 조금 아쉽기도 했다.
통영에 있는 가게에서 글렌케런잔에 내주는 위스키를 마셔본 건 처음이었다. 오늘의 선택은 스모키한 탈리스커, 묘한 짠맛이 처음엔 당황스럽지만 마시다 보면 중독되는 술.
요즘 구하기 힘든 발베니 더블우드는 니트로 한모금 마신 후 온더락으로.
메뉴에 맥캘란 12 더블캐스크 쉐리가 있길래 반가워서 시켜봤는데 솔드아웃. 18년 한잔을 3만원 주고 마시기엔 내 미각이 너무 천해서 대신 글렌모린지를 한잔 마셨다. 사장님께서 '위스키 좋아하시는 것 같은데 맛있는 건 나눠야죠.'하시며 글렌드로낙12 한잔을 서비스로 내주셨다. 현주엽이 소고기 먹방 찍으면서 마셨던 그 술, 맛보다 그 마음이 더 달달해서 이 집 단골이 되어야지 하고 다짐해버렸다.
한잔만 하고 나가려고 했는데 서비스까지 네잔 ㅋ 올 때는 엄청 추웠는데 나갈 때는 몸이 후끈해져 칼바람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계산하고 나오는데 걸려있던 액막이 가죽 명태 ㅋ 귀여워서 한컷 찍었다.
공간도 멋지고 술도 맛나고 사장님도 친절한 곳이라 장사가 잘 되는 것 같다. 너무 핫한 곳이라 자주 가지는 못하겠지만 퇴근 시간에 빨리 달리면 오픈런이 가능할 테니 가끔 들러 위스키 한잔만 하고 집에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