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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워커의 왕실 인증 부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킹조지 5세.
1910-36년까지 조지 5세의 치세 25년간 운영되던 포트엘렌 등을 포함한 증류소의 최상급 원액들을 블렌딩 했기에 애호가들로부터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고급 블렌디드 위스키의 대명사라고 불리는 조니워커블루보다 상급으로 면세점에서 4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는 100만원이 넘는 고급술로 알려져 있다. 이 귀한 술을 선물 받은 승인이형이 동생들에게 맛보게 해 주겠다고 부르시니 부산까지 거리가 멀긴 하지만 어찌 달려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포스트잇으로 붙여놓은 김석진, 강수경 이름이 참 정겹다.

왁스 실로 봉인된 정품 인증서가 포함된 킹조지 5세의 영롱한 모습. 면세점에 진열되어 있던 모습처럼 인증샷 촬영.


동양식으로 말하자면 천원지방의 사상이 반영됐다고 할 수 있을 병 디자인, 대단히 고전적이지만 내 눈에는 예뻐 보여서 다 마시고 나서 승인이 형한테 허락을 구하고 챙겨 왔다.


어부의 잔치 국룰, 시작은 생맥주로.



학회 갔다 약간 늦은 수경씨가 합류하자마자 킹조지 5세로 주종 전환.
조니워커 블루와 발렌타인 30년산을 마셨을 때도 감탄했지만 조지 5세는 한 모금 마시자마자 경탄이 나올 정도였다. 이 도수의 술이 이렇게 까지 부드럽고 달콤할 수가 있는 건지. 도수 높은 술은 잘못먹는 수경 씨는 한잔만 마셨고 정희형은 말술마시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술을 입에도 안대는 사람이라 보틀의 6할 정도는 내가 마셨는데 다음날 아무 문제도 없이 깰 정도로 숙취가 없었다. 이래서 비싼 술 마시는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술도 좋았지만 어부의 잔치 안주도 더할 나위 없는 수준. 승인이 형 따라 몇 번이나 와본 곳이었지만 이날 사장님 실력이 극한까지 발휘된 날이었던 듯.


간 무를 올려먹는 계란말이, 고기가 들어간 볶음 된장(?)과 오이, 볶은 베이컨이 올려진 감자 샐러드 등 평범한 안주들이 반짝반짝 빛이나 정도의 맛을 보여줬다.

승인이 형이 먹을 게 없다고 장난스레 얘기하니 끝도 없이 나왔던 안주들, 문어와 도미머리 조림. 야끼우동.


개인적으로 너무 맛있어서 두 그릇이나 먹었던 갈치 솥밥. 갈치는 포슬포슬, 밥은 고들고들, 비린 느낌 하나도 없이 정말 대단한 맛을 보여주었다.


두툼한 살이 대박이었던 삼치구이. 일전에 진주 송강식당 본점에서 먹었던 최고의 삼치구이(그때 너무 감동해서 뒤에 몇 번 다시 시켜봤는데 그날 같은 미친 맛은 느끼지 못했다.)와 맞먹을 정도의 식감과 맛이었다.


다시 먹고 싶은 고등어 초밥.


광어와 고노와다. 해삼 내장 별로 안 좋아하는데 이날은 정말 맛있게 먹었음. 광어회에 올려먹다 남은 고노와다를 갈치 솥밥에 비벼먹었는데 진짜 미친 맛이었다.

 


서면 대선 주조 마스터 디스틸러 승인형께서 킹조지 5세 투명 배럴에 대선소주를 5분간 숙성시켜 대선 킹조지오세를 완성하셨다. 이미 알딸딸할 정도로 취한 상태여서 그런지 소주가 아니라 양주 스피릿을 마시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마지막 입가심으로 하이볼 한잔하고 돌아가려는데 수경씨와 승인형, 정희형이 웨스틴조선에 가서 딱 한잔만 더하자고 해서 잠시 방문했다. 여기 와보는 것도 대체 얼마만인지.

웨스틴 조선 해운대 야경을 정성껏 찍고 계신 승인형. 별 것 아닌 순간도 모이기만 하면 즐거워진다. 방을 하나 더 잡아놨다며 계속 자고 가라던 수경 동지의 마음이 참 고마웠다.



어부의 잔치 사장님께서 싸주신 간단한 안주와 술로 가볍게 마무리. 예쁘게 담아주셨는데 술 취해서 덜렁덜렁 들고 왔더니 엉망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너무 맛있었던 안키모와 기타 등등.
시답지 않은 삶의 얘기를 엄청나게 심각하게 이야기하며, 페이스북으로는 공유할 수 없었던 서로의 타임라인을 겹쳐 보이며 내 인생에서 가장 사치스러웠을 하루 밤이 그렇게 흘러갔다. 자리 마련해주시고 끝까지 즐거움만 안겨준 승인형, 정희 형, 수경 동지에게 감사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