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탈한국급 노을이 계속되고 있어 저녁 시간에 다른 일을 하기가 힘들었다. 연일 계속되는 촬영에 지쳐 좋은 풍경을 보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좀 쉬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라. 마침 어제 북신만 일몰은 꽝이었기에 이제 일몰 시즌이 끝났나 싶었고 오늘은 집에서 느긋하게 여유를 즐겨야지 하며 촬영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창밖으로 보이는 빛이 심상치 않았다. 붉은색과 보라색이 섞인 하늘 끝을 본 순간 쉬고 싶었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마음만 조급해졌다. 이럴때 필요한건 빠른 판단력, 우리 집에서 북신만이 아무리 가까워도 촬영포인트까지 도보로 이동하려면 10분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럼 게임은 끝난다. 집에서 1층 주차장까지 날듯이 뛰어내려간 나는 망설임 차를 몰고 북신만 주차장까지 달려 그곳 앞에서 촬영을 시작했다. 이동에 걸린 시간은 5분 남짓.
다행스럽게도 일몰빛이 절정에 달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촬영할 수 있었다.
북신만에서 봤던 것 중 가장 아름다운 노을빛이었고 놓쳤다면 후회막심이었을 풍경이었다.
10분정도의 짧은 촬영을 끝으로 밤의 푸른 어둠이 붉은 열기를 잠식해들어가던 순간, 삼각대를 접고 미명 속의 풍경을 한참 바라보다 집으로 돌아왔다. 끝날듯하면서도 끝나지 않는 천하제일노을대회, 몸은 피곤하다고 비명을 지르는데 머리는 내일은 또 어떤 하늘이 기다리고 있을지를 기대하게되니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