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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전에 본 만냥이는 왠지 힘이 없어보였다. 닭고기를 주면 격렬하게 먹던 평소와 다르게 혀로 몇번 핥아보더니 잠시 멍 때리다가 입에 물고 구석으로가서 겨우 먹어내는 듯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만냥이를 만나러 갔는데 평소 있던 곳에서 만날 수 없었고 저녁 간식 주러가서도 보지 못해 기분이 묘했다. 맨날 그 시간에 아기사슴 밤비처럼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루 종일 안보이니 신경이 쓰일 수 밖에. 며칠전 동네 아주머니로부터 만냥이 얘기를 들었는데 어떤 사람들이 먹이로 유인해 포획했고, 그들로부터 빠져나오다 뒷다리를 다쳤다고 한다. 한동안 다리를 절고 다닌게 그것 때문이었구나 싶어 안그래도 불쌍한 만냥이가 더 슬프게 보였다. 먹이를 그렇게 오래 먹였음에도 간격을 내주지 않는 것이 그런 이유 때문이었구나 싶어 이해도 되고. 그래서 더 잘해줘야지 하는 다짐을 한지 이틀만에 만냥이가 보이지 않으니 왠지 모를 불안함이 느껴졌던 것 같다. 꿈에도 나올 정도로 신경이 쓰여서 다음날 새벽 일찍 만냥이 영역에 가봤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풀숲에 앉아 야옹 야옹하면서 나를 반기는 녀석을 보니 오래 만나지 못한 친구를 본 듯 반가웠다. 닭고기와 츄르를 주니 예전처럼 너무 맛있게 먹어서 주는 내 기분까지 밝아지는 것 같았다. 집으로 데려오지는 못해 이렇게 간식 챙겨주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 가까이에서 지켜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