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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사등면의 핫플레이스 온더선셋. 워낙 유명한 카페라 알 사람들은 다 아는 그곳 옆건물에 동백도시락이라는 식당이 개업했다. 온더선셋의 성공을 바탕으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움직임인지 건물 꼭데기 한켠에 주식회사 동백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었다.  

 

흰색 테마 색 위에 청록색 타일을 붙이고 대나무, 종려나무 등을 적절히 활용한 인테리어는 휴양지에 온듯한 느낌을 줘서 좋았다(날씨까지 완벽했기에). 하지만 공간이 무척 좁아 손님을 다 수용하지는 못할 것 같았고 그 때문인지 도시락을 구입한 손님들이 온더선셋에서도 먹을 수 있게 해두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도시락만 빨리 사서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으므로 공간의 규모같은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건물 1층에 위치한 카운터에서 주문하고 30분쯤 기다려서 도시락을 수령했다. 식당에서 기다려도 되지만 더우니까 온더선셋에 가있어는게 나을 듯 했다. 근데 그곳은 사람이 워낙 많이 오는 카페라 요즘 같은 때는 들어가기 부담스럽다.   

 

 

 

도시락을 받은 후 집으로 쏜살같이 차를 몰고 돌아와 열어본 도시락. 결론부터 말하자면 완벽한 인스타용 음식이었다. 

 

 

내가 시킨 동백한송이 도시락(18000원)은 그냥 밥이 포함되야 하는데 동백두송이 도시락에 들어가는 삼색밥(케일밥, 치자밥, 톳밥)이 들어있었다. 개업 기념 이벤트 혹은 단순한 실수 중 어느 쪽인지는 잘 모르겠다. 개업 기념 선물로 벚꽃이 그려진 나무젓가락을 넣어주셨다. 동백무늬였으면 더 좋았을텐데. 

 

 

보기는 무척 좋은데 맛은 특별할게 없었다. 모든 반찬은 간이 엄청나게 약해서 삼삼함을 넘어 심심한 느낌이었다(소스에 찍어먹는걸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도 뭔가 좀 애매했다. 도시락의 컨셉은 간편함이 우선되어야 할텐데 함께 포장해야할 소스가 2개. 그걸 모두 뜯어서 찍어 먹어야 진짜 맛을 느낄 수 있는거라면 도시락이라기보다는 그냥 하나의 요리로 접근하는게 맛는듯.). 그럼 식자재의 퀄리티는 좋은가? 그렇지도 않다. 함께 먹은 지인이 통영 다찌에 나오는 곁들이반찬 남은걸 포장해온 것 같은 느낌이라는 얘기를 했는데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는 표현이었다. 딱새우, 게, 가리비 모두 씨알이 매우 작은 것들이었다. 이 도시락이 가진 맛의 킬링포인트는 대체 무엇일까? 건강한 도시락? 전이나 튀김 종류가 한가득인데? 맛난 도시락? 아무리 내려놓고 생각해도 간이 너무 약해서 맛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한참을 고민해봤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강남의 유명한 음식연구가가 고안한 동백도시락이 한솥의 동백도시락보다 만족스럽지 못한건 왜일까?  

 

블로거들이 엄청 맛있다고 해서 추가로 주문한 메야롤 두개. 안에 떡같은 것이 들어있는 춘권인데 이것도 매우 심심하다. 소스가 없으면 식감으로만 먹어야하는 음식이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완벽한 인스타용 음식, 사진 찍어 올리면 예쁘고 맛나 보여서 좋지만 실제로 이걸 먹기 위해 애써 찾아가야할 정도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백도시락은 성공할 것 같다. 어차피 이걸 반복해서 맛볼 단골을 타겟으로한게 아니고 SNS등을 통해 보고 찾아와 한번쯤 경험해볼 사람들을 위해 만든 음식일 것이기에. 실제로 이 도시락이 맛있었다는 후기도 꽤 많이 올라오고 있으니 여기에 올린 감상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임을 감안하시는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