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은 윤이버셜이라는 유튜버의 영상을 자주 보고 있다.
처음에는 고양이 연관 검색에 떠서 보게 됐는데
이제 고양이는 부수적인거고 제주도에서 살아가는 씩씩한 소녀의
삶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구독과 좋아요를 누르고 있다.
이미 20만이 넘는 구독자, 수만회를 기본으로 넘기는 시청횟수를 보이는 인기 유튜버 중 한명인데
고양이 + 제주도 + 미소녀 + 쿡방 + 먹방 + 감성이라는
성공할만한 치트키 요소들을 다 포함한 영상들이어서 포텐이 터져나가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적절한 효과음과 편집 또한 수준급.
화질과 좋은 그림만 생각하는 영상 스펙 바보들이 보면 느끼는 바가 있을 듯.
브이로그로 인기를 끄는 유튜버들 중 4K니 8K니 프레임 수가 어떻니
포커스 블리딩이 어떻니 하는 기술적인 요소로 승부를 거는 이는 거의 없다.)
실제로 그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영상에 나타난 단면으로는 알 수 없지만
여유롭지 못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해 생활해나갔던 한 제자의 모습이
겹쳐보이는 듯 해서 눈길을 떼어내기가 힘들다.
2.
그동안은 새학기에 어떤 업무를 맡게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힘들어했는데
이제는 그런 마음을 좀 내려놓으려고 한다.
어차피 내츄럴 본 흑우이기에 하기 싫은 일 시켜도 결국은 하고 있을걸 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나의 까칠함과 직설적인 부분을 쉼없이 지적하면서도 일할 때는 결국 나를 찾는다.
모두가 하기 싫은 것이지만 결국 누군가는 하게 되고 높은 확률로 그 누군가는 나였다.
이제는 팔자겠거니 하고 받아들이며 담담하게 일하려 한다.
어차피 학교 일이라는게 어려워봤자 어떻게든 해낼 수 있는 것이며 남들보다 조금 더 귀찮아지는 것 뿐이니까.
왜 나만 이러고 살까? 하는 의구심으로 스스로를 갉아먹는 것도 이젠 지겹다.
학교에서 보람을 찾으려는 헛된 시도는 그만두고 내 삶 자체에서 위안을 받을 것이다.
올해도 담임을 맡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 같은데 이건 좀 많이 아쉽다.
학생들과의 의미있는 교류가 없는 학교 생활은 행정공무원의 그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3.
사진 부분에서는 또다시 긴 슬럼프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뭔가를 계속 찍어나가고는 있지만 딱히 마음에 들어오는게 없어 힘들다.
어떻게든 극복하고 다시 재미를 느끼는 순간이 올거라 확신하지만
이번에는 그 기간이 심할 정도로 길다.
이거다 싶은 한컷, 이거다 싶은 컨셉이 잡히는 순간을 빨리 맞이하고 싶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내 삶에 가장 큰 위안이 되어주는 것은 사진적 행위 뿐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