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던 시절
북경장이라는 진주의 중화요리집과 친분이 있으셨던
어머니는 가끔 그 집의 일을 도와주셨고
호일도시락 안에 (지금은 메뉴에서 사라진) 왕고기군만두를 여섯개씩 담아 돌아오시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 밥 대신 그 군만두를 먹고 등교하곤 했는데
밤새 식어버렸지만 쫀쫀한 만두피와 가득찬 고기소는
지금 돌아봐도 맛있었다고 느낄만큼 인상적이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이 추억 속의 맛이 너무 그리워진 것은
호주에서 비슷한 고기만두를 접하고 나서였는데
그 맛을 상기시켰을뿐 디테일은 상이해서
기억에 남아 있는 맛을 다시 경험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나를 몇년간 힘들게 했었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강남 신세계 백화점 푸드코트 이안만두의 왕고기군만두인데
기억 속의 비주얼과 거의 흡사해 망설임없이 구입을 했었고
한입 베어물었을때 환호성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찾던 딱 그 맛과 식감을 갖춘 만두였기 때문이다.
서울 갔다 집에 오던 길에 급히 포장해서 가져온 이 녀석을 아침에 살짝 데워 먹었더니
어릴적 어머니가 가져다 주셨던 호일 도시락 속의 그 맛과 100% 일치했다.
쫀득쫀득한 식감의 만두피와 약간 심심한 듯한 고기소.
이게 나한테만 그런건지 다른 이들에게도 맛있는건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추억보정이 더해진 식은 만두 하나가 어린 시절을 되찾아 준듯한 행복감을 주는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