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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러버의 다락방

나의 진주 - 여름방학, 북경장, 프리퀀시커피, 말띠고개, 책강, 다원, 피베리진주 본문

Photography/My Pearl

나의 진주 - 여름방학, 북경장, 프리퀀시커피, 말띠고개, 책강, 다원, 피베리진주

coinlover 2026. 7. 25. 11:51

 
 
 

어찌어찌 버티고 버텨서 1학기 종료. 큰 사고 없이 잘 따라와 준 1-10반 녀석들에게 감사. 

 
 

 
 
퇴근하자마자 방학을 자축하며 코나빅웨이브 한잔 완샷. 그리고 그냥 푹 쉬었다.
 

 
 
다음날 출근하는 와이프랑 같이 나와서 진주행. 칠암동 어딘가를 걷다가 만난 상록 속세 학원. 여기 다니면 인생살이가 좀 수월해지려나. 
 

 
 
커피가 맛있다고 해서 4번이나 방문했지만 갈 때마다 문이 닫혀 있었던 모 카페. 방학 첫 카페 투어로 여기서 커피를 마셔야겠다고 결심하고 오픈 시간에 맞춰 갔다. 하지만 어김없이 불 꺼진 가게, 인스타에 관련 공지는 없었는데 현장에 이런 문구가 붙어있었다. 목요일 아침에 허탕치고 오기가 생겨 다음날에 다시 갔는데.... 안에 사람이 있길래 영업하냐고 물으니 안 한다고. 통영-진주 오가며 이 정도 시도했으면 강호의 도리를 다 했으니 이제 마음에서 지우는 걸로. 운영이 게릴라 콘서트 급인데 커피가 아무리 맛있으면 뭐 하나? 요즘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식당, 카페들이 꽤 있는데 손님 입장에서 바라보면 좀. 정해진 쉬는 날 빼곤 단 하루도 가게를 닫은 적이 없다고 하는 노포 주인 어르신들이 새삼 대단하다 느껴진다. 
 

 
 
카페 방문에 실패하고 근처 남강 고수부지 대나무 숲을 방황. 남강과 대나무 숲길이라는 좋은 환경은 잘만 연결하면 교토 치쿠린 못지 않은 관광 자원으로서의 잠재력이 터질텐데 진주시 정책을 보면 아쉽기만 하다. 그저 유등축제 하나만 밀고가는 것 같아서.시의원, 공무원들 선진지 견학 등의 명목으로 일본도 자주 다녀오지 않았나? 그런 행사에서 뭘 배워오는걸까? 하긴 뛰어난 감각을 갖고 있는 공무원이 있더라도 그게 현실화가 되겠나. 일만 많아지고 조직 문화 안에서 삽질하다가 결국 구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하트모양 포토스팟이나 나오겠지.힘찬 진주 같은 조형물이 그 대표적인 결과물아니겠나?
 
 

 
 
진주에 있는 카페는 대부분 들러봐서 딱히 끌리는 곳이 없었다. 그럴때마다 편하게 들리는 곳이 엘리멘트브루인데 12시 오픈인데닥 그나마도 카페 내부사정으로 휴점이라고 해서 포기. 목적지를 잃고 진주성 후문 앞을 지나는데 프리퀀시라는 첨 보는 카페가 눈에 들어왔다. 밖에서 살짝 염탐해보니 사장의 개인적인 취향이 느껴지는 공간인듯 해서 맘에 들었다. 필터 커피 종류도 나름 다양하고 분위기도 괜찮아 카페 시그니처 음료를 맛있게 한잔 하며 숨을 돌린 뒤 다시 밥 먹으러 북경장으로. 
 
 
 

 
 
일 년에 한 번은 꼭 먹어줘야 하는 북경장 중식냉면, 그리고 서비스로 내주신 샤오롱바오. 너무 맛있어서 원기충전 100%
 

 
 
중식냉면으로 에너지를 너무 채워서 그런지 한낮의 태양빛이 부드럽게 느껴졌다. 잠시 정신이 나갔던게지. 시내에서 하대동으로 넘어가야 했는데 칠암동에 세워놓은 차까지 가는 게 귀찮아서 그냥 말띠고개를 걸어서 건너기 시작했다.  
 

 
중간쯤 왔을 때 '아.... 이거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걸어온 게 아까워서 우산 그늘에 의지해 계속 걸었다. 아이 AF 설정해 놓고 찍은 사진인데 초점이 배경에.... 역시 감성의 후지!
 

 
 
 
이러다 죽는거 아닌가 싶었는데 저 멀리 하대동의 아파트 라인이 보이자 마음이 편해졌다. 
 

 
 
초전 대림 아파트를 지나가다가 도로에 떨어진 새를 구하려고 고군분투하고 계신 아주머니를 만났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우산을 펴서 국자처럼 새를 퍼올려 도로 밖으로 옮겼다. AI로 검색해 보니 파랑새 유조라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름 철새인데 성격이 더럽다고 알려주더라. 구해주려는데 부리로 쪼고 입을 벌린 채 까악 까악 거리며 위협을 해서 지랄조구나 싶긴 했다. 시청 환경과에 연락해서 구조 요청을 하고 30분쯤 지키며 기다리다 공무원분께 인계. 치르치르 미치르(파랑새 주인공은 Tyltyl과 Mytyl, 요즘은 틸틸과 미틸이라고 읽는 모양이지만 내가 어렸을 때 봤던 동화와 만화에선 치르치르와 미치르였다. 혜은이가 부른 파란 나라라는 노래 가사에도 나 치르치르의 파랑새를 알아요~라는 가사가 있다.)가 쫓던 파랑새와는 다르겠지만 어쨌든 덕을 베풀었으니 좋은 일이 다가올 거라 믿으며 발길을 옮겼다. 
 

 
요즘 나름 핫한 공간이라는 책강에서 오후 시간을 보냈다. 멋진 공간이었지만 솔직히 책읽긴 어수선하고 부담스러웠다. 독서도 패션의 일종인 세상이니 이런 공간이 많이 생겨나는 게 나쁜 일은 아닌 듯. 그래도 혼자 읽는걸 더 선호하는 내게는 그저 한번 들러볼만한 신기한 곳일뿐. 책 읽는 건 숨 쉬는 것과 똑같은 일인데 부산하게 호들갑 떠는 게 여럽게 느껴져서 독서 관련 얘기는 잘 안 하는 편이다. 
 

 
 
 

저녁 무렵이 되어도 쉽사리 꺾이지 않는 여름 햇살 속에서 평거동 길을 걸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열기가 몸을 휘감지만 그것이 여름날의 매력, 이 순간이 지나가고 나면 너무나 그리워하면 일년을 기다릴 감각이다. 더위의 공감각적 심상을 피부로 코로, 깊이 음미하며 살짝 느슨하게 프레이밍한 사진 속에 아로새겼다. 


일년에 한 번쯤 들리는 진주 팥빙수 맛집 올디스. 날이 너무 더워서 쉬러 들어갔다. 무난하게 맛있는 팥빙수 위에 커크랜드 시나몬 파우더를 왕창 때려 부어서 그리 친절하진 않은 사장 아저씨가 크게 의미 있어 보이지 않는 가게의 소소한 일을 처리하는 모습을 보며 시크하게 퍼먹었다.  
 

 
 
 
저녁에는 좋아하는 형들을 만나 모처럼의 소고기. 좋은 사람 만나 맛난거 먹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드물지. 내게 남은 몇 안되는 소중한 인간관계.
 
 

 
 
2차로 옮긴 곳에서 계란말이와 알탕을 시켰는데 둘다 너무 싱겁고 맛에 비해 가격이 비싸긴 했지만 그것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여름날의 즐거운 에피소드 중 하나로 남는 거다. 
 

 
 
형들과 헤어지고 나서는 그냥 들어가기 아쉬워 다원에서 수도수 한잔. 예술병 걸린 사람끼리 예술 얘기를 안주로. 
 

 
다음날, 장인어른 병원 모셔다 드린다고 갑작스런 진주행, 이틀 연속 진주는 고맙지. 진료 마칠 때까지 대기 타야 해서 주변 동네만 잠시 산책했다. 피베리진주에서 필터커피 한잔, 이틀 연속 진주를 돌아다니다 보니 다시 이곳 사람이 된 듯한 착각이.  
 

 
통영으로 돌아와서는 집 근처 중국집에서 간짜장 한 그릇. 그렇게 이틀간의 진주 방랑을 마무리했다. 방학 오프닝 행사로는 과분할 정도로 좋았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