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러버의 다락방
코인러버의 통영로그 - 통영에도 무인서점이 생기다니 이게 가능할까 싶은 공간 너의 책임 본문











세병관 주차장 길 건너, 삼문당과 지금은 건물만 남은 사사로운 덕담 사이의 보스톤매너라는 세탁소 건물 2층에 무인서점이 들어섰다. 너의 책임, 참으로 센스 넘치는 중의적 작명이다. 사실 이 책방의 명판을 몇 년 전 서피랑 근처의 건물에서 본 적이 있다. 그때는 책방인 줄도 모르고 그냥 어떤 이가 자기 집에다 명패 대신 붙여 놓은 줄 알았는데 며칠 전에 인스타 피드에 뜬 걸 보고서야 아.... 하는 탄성과 함께 한번 찾아가 봐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다.
통영에 무인책방이라니.... 이게 되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실제로 가보니 꽤 멋진 공간이 만들어져 있었다. 책 종류는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았지만 트렌드를 타고 있는 책들이 많이 있어 오가다 들러 한 권씩 집어 들고 오기 좋을 것 같았다. 공간을 꽤 널찍하게 구성해 놓은 데다 에어컨, 선풍기도 잘 돌아가고 있어 여행온 사람들의 휴식처 역할도 톡톡히 하지 싶다. 근데 건물 임대비랑 냉방비 생각하면 이게 책 몇 권 판다고 유지가 되는 건가? 싶은 의문이 절로 들었다. 은행나무를 전면에 둔 창가 자리에 앉아 잠시 잡생각을 하다가 공간 이용료라고 치고 책을 한 권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곳을 운영하는 분들 대부분이 수입은 다른 일로로 충당하며 유지하는 걸 알고 있기에. 근데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 수 있는 그 용기가.
얽힌 게 많은 사람은 보수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 없는 집에서 커서 어린 시절부터 안정만을 추구하며 으로 전형적인 극보수로 살아온 나는 자기 삶의 다양한 비용을 깎아가며 도전하는 사람들을 뒤에서 지켜보기만 했지 명확하지 않은 길을 향해 스스로 치고 나가진 못했다. 두 갈래 길 앞에서 항상 남들이 갔던 길로만 따라 갔다. 강단있게 나아가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응원만 하는 인생을 살게 아니라 뭔가를 저질러봐야 할 텐데 라는 생각만 마음 속에 품고 낼 모레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버렸다. 그러니 이렇게 문화적으로 척박한 곳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결국 일을 벌이고 어떻게든 남들이 가지 않은 길로 걸어 나가는 이들을 보면 동경심이 주체할 수 없이 터져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쉽지 않겠지만 오래오래 버텨주길. 사랑받는 공간, 인기 있는 사장님이 되어 힘든 순간도 굳건히 견뎌낼 수 있는 즐거운 나날이 자주 이어지기를. 내가 보일 수 있는 성의란 인터넷 서점에서 구매할 것 몇권 정도를 가끔 들러 현장 구매하는 것 정도 빼곤 없겠지만 많은 이들에게 이곳에 책방이 있음을 알리며 덧없는 응원을 할터이니.